안녕하세요 :) 얼마 전 꽃시장 이용법 글에서 "생화로 일주일 보고, 말려서 일 년 보는 게 꽃시장 단골들의 습관"이라고 잠깐 말씀드렸는데,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드라이플라워 만드는 법을 제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방법 자체는 놀랄 만큼 간단합니다. 꽃을 거꾸로 매달아 두세 주 두는 것, 사실상 그게 전부예요. 도구도 기술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어떤 꽃을 고르느냐'에서 성패의 8할이 갈립니다. 잘 마르는 꽃을 고르면 초보도 실패가 없고, 안 되는 꽃을 고르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곤죽이 돼요. 꽃 고르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잘 마르는 꽃 — 이 여섯 가지면 실패가 없습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수분이 적고 꽃잎이 단단한 꽃. 대표 선수들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장미는 드라이플라워의 왕입니다. 색이 깊어지면서 마르는데, 특히 빨강·자주 계열은 마른 뒤가 생화 못지않게 근사해요. 활짝 핀 것보다 7~8할쯤 핀 것을 말려야 꽃잎이 안 떨어집니다. 안개꽃은 실패 확률 0에 가까운 입문용입니다. 생긴 모양 그대로 마르고, 마른 뒤에도 잘 부서지지 않아 리스나 꽃다발 어디에나 쓰여요. 천일홍은 이름부터 '천 일 붉다'는 꽃입니다. 동그란 꽃송이가 색 빠짐 없이 마르는 대표적인 드라이 전용 꽃이에요. 스타티스는 보라·노랑·흰색 색감이 마른 뒤에도 쨍하게 남는 효자입니다. 라그라스(토끼풀 이삭처럼 보송한 풀)는 말릴 것도 없이 그대로 두면 마르는 소재고, 목화는 아예 마른 상태로 유통되니 사서 꽂기만 하면 됩니다.

여름 끝물인 지금은 천일홍과 스타티스가 꽃시장에 한창 나올 때입니다. 한 단에 5천 원~1만 원 선이니, 두 단이면 겨울까지 볼 드라이 재료가 넉넉해요.

반대로 안 되는 꽃도 확실히 알아두세요. 튤립, 백합, 수국(생화 상태), 프리지아처럼 꽃잎에 수분이 많고 흐물거리는 꽃은 마르면서 갈색으로 삭아버립니다. 특히 튤립과 백합은 어떤 방법을 써도 가정에서는 예쁘게 안 마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꽃은 생화로 끝까지 보고 보내주는 게 맞아요.

■ 기본 방법 — 거꾸로 매달아 2~3주

순서는 네 단계입니다. ① 꽃이 아직 싱싱할 때 시작하세요. 시들기 시작한 꽃을 말리면 시든 모양 그대로 마릅니다. 절정보다 살짝 전이 최적기예요. ② 줄기 아래쪽 잎을 다 떼어냅니다. 잎은 마르면서 대부분 지저분해지고, 곰팡이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③ 두세 송이씩 작게 묶습니다. 크게 묶으면 속이 안 말라요. 고무줄로 묶는 게 요령인데, 줄기가 마르면서 가늘어져도 고무줄은 따라 조여주기 때문입니다. 노끈으로 묶으면 마르다가 빠져서 떨어져요. ④ 꽃송이가 아래로 가게 거꾸로 매달아둡니다. 거꾸로 매다는 이유는 줄기가 휘지 않고 꽃 모양이 그대로 굳게 하기 위해서예요.

장소가 중요합니다. 조건은 세 가지, 통풍 잘 되고 + 직사광선 없고 + 습하지 않은 곳. 거실 커튼봉 안쪽, 안 쓰는 방 벽, 옷걸이에 걸어 문틀에 매다는 식이면 충분합니다. 욕실이나 주방 근처는 습기 때문에 피하세요. 기간은 꽃에 따라 2~3주. 줄기가 나뭇가지처럼 딱 부러질 정도로 바싹 말라야 완성입니다. 덜 마른 채 꽃병에 꽂으면 나중에 곰팡이가 핍니다. 매다는 도구는 집에 있는 걸로 충분해요. 옷걸이에 S자 고리 몇 개(다이소에서 천 원)면 다발 여러 개를 층층이 걸 수 있고, 커튼봉에 빨래집게로 집어 걸어도 됩니다. 말라가는 꽃이 조르르 걸린 모습 자체가 장식이 돼서, 일부러 잘 보이는 벽에 매다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 색을 쨍하게 살리고 싶다면 — 실리카겔 방법

매달아 말리면 색이 한 톤 가라앉는 게 자연스러운데, 생화 색감을 최대한 붙잡고 싶은 꽃(장미 몇 송이 기념으로 남길 때 등)에는 실리카겔 방법이 있습니다. 밀폐용기에 꽃 전용 실리카겔(김 봉지에 든 것 말고, 인터넷에서 1kg 1만 원 안팎)을 깔고, 꽃송이를 얹은 뒤 꽃잎 사이사이까지 실리카겔로 완전히 덮어 뚜껑을 닫습니다. 일주일쯤 뒤 꺼내면 색과 모양이 놀랄 만큼 살아 있어요. 습기를 빨아들인 실리카겔은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몇 번이고 다시 씁니다. 결혼기념일 꽃다발에서 한 송이 남겨두는 용도로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들 해요.

■ 완성 후 — 연출, 그리고 색 오래 지키기

다 마른 꽃은 세 가지로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첫째는 꽃병. 물 없이 그대로 꽂으면 되고, 입구 좁은 병에 라그라스나 스타티스를 툭 꽂기만 해도 그림이 됩니다. 둘째는 액자. 납작하게 마른 꽃을 유리 액자에 넣으면 선물용으로도 손색없어요. 셋째는 리스. 철사 링에 마른 소재를 돌려 묶어 현관에 걸면 계절 장식이 됩니다. 처음엔 어렵게 생각 말고 '큰 병 하나에 종류별로 모아 꽂기'부터 시작하세요.

리스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일 쉬운 순서만 적어두면 이렇습니다. ① 철사 리스 링(공예점·인터넷에서 2~3천 원)이나 버들가지 링을 준비하고 ② 마른 소재를 손가락 두세 개 굵기의 작은 다발로 여러 개 묶은 뒤 ③ 다발 머리가 같은 방향을 보게 링에 겹쳐 얹으며 얇은 철사로 고정해 나갑니다. 한 바퀴 돌면 끝. 안개꽃과 스타티스만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그럴듯하고, 서툴러도 마른 꽃 특유의 분위기가 다 덮어줍니다. 남은 자투리 소재는 마끈으로 묶어 미니 다발을 만들어 선물에 곁들이면 포장 값 이상을 한다고들 해요.

색 유지의 최대 적은 직사광선입니다. 해 드는 창가에 두면 몇 달 만에 색이 하얗게 바래요. 반그늘 벽 쪽에 두는 것만으로 수명이 두 배가 됩니다. 습기도 적이니 장마철엔 제습제 있는 방이 좋고요.

향을 더하고 싶다면 디퓨저 겸용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른 꽃다발에 좋아하는 오일 향수를 살짝 뿌리거나, 디퓨저 병 곁에 드라이플라워를 꽂아 연출하면 눈과 코가 같이 즐거워요. 라벤더처럼 자체 향이 남는 꽃을 말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 지금 계절엔 — 늦여름 건조의 요령

8월은 사실 드라이플라워 만들기에 조건이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습도가 높으면 마르는 데 오래 걸리고 색도 탁해지기 쉬워요.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에어컨이나 제습기 켜는 방 안에 매달면 오히려 겨울 못지않게 잘 마릅니다. 제습기 바람이 도는 방이라면 2주 안에 바싹 마르는 경우도 많아요.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공기만 돌려줘도 곰팡이 걱정이 크게 줄고요. 반대로 창문 닫힌 눅눅한 방에 매달아두는 건 실패의 지름길이니 피하세요.

그리고 9월부터는 드라이 재료의 황금기가 옵니다. 가을 꽃시장에 맨드라미, 수수, 억새 같은 가을 소재가 쏟아지고 습도도 떨어져서, 지금 천일홍으로 연습해두면 가을에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어요. 비용을 정리해보면, 생화 두 단 12만 원이면 마른 뒤 시중 드라이플라워 꽃다발(23만 원대)이 두세 다발 나오는 분량입니다. 만들어 쓰는 쪽이 확실히 남는 장사예요.

■ 먼지 관리와 교체 시기

드라이플라워의 현실적인 고민은 먼지입니다. 물걸레질이 안 되니까요. 요령은 두 가지, 드라이어 찬바람을 약하게 틀어 멀리서 불어내거나, 붓이나 화장용 브러시로 살살 털어내는 겁니다.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해요.

수명은 보관 환경에 따라 6개월~1년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색이 바래고 먼지가 눌어붙고 꽃잎이 자꾸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낼 때가 된 거예요. 미련 없이 정리하고 새 꽃으로 바꿔주는 것까지가 드라이플라워의 즐거움입니다. 계절마다 그 계절 꽃을 말려 바꿔 걸면 집이 철 따라 옷을 갈아입어요.

■ 자주 묻는 질문

"선물 받은 꽃다발도 말릴 수 있나요?" 됩니다. 다만 며칠 감상하다 시들기 전에 말리기로 결단하는 게 중요해요. 꽃다발엔 잘 마르는 꽃과 안 되는 꽃이 섞여 있으니, 장미·안개·스타티스 같은 것만 골라내 말리시면 됩니다.

"말리는 중에 꽃잎이 떨어져요." 너무 활짝 핀 꽃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엔 덜 핀 것으로 시작하세요. 떨어진 꽃잎은 버리지 말고 접시에 모아두면 그것대로 장식(포푸리)이 됩니다.

"마당이나 화단에서 키운 꽃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텃밭 한쪽에 천일홍이나 스타티스를 심어 여름내 꽃을 보고, 끝물에 잘라 말리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가 키워 말린 꽃은 애정이 다르다고 합니다. 자르는 시각은 이슬 마른 맑은 날 오전이 좋습니다.

"벌레가 생기지는 않나요?" 바싹 잘 말랐다면 드뭅니다. 덜 마른 상태로 꽂아두거나 습한 곳에 두면 곰팡이·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딱 부러질 때까지' 말리는 원칙만 지키세요.

"거꾸로 말고 꽃병에 세워서 말리면 안 되나요?" 라그라스나 안개꽃처럼 줄기가 단단한 소재는 빈 병에 세워 말려도 됩니다. 다만 장미처럼 꽃송이가 무거운 꽃은 세워 말리면 고개가 꺾인 채 굳어버려요. 무거운 꽃은 거꾸로, 가벼운 소재는 세워서, 이렇게 나눠 기억하시면 됩니다.

"수국은 정말 안 되나요?" 생화 수국을 매달면 대부분 실패하는데, 가을에 꽃잎이 종이처럼 변한 '가을 수국'은 잘 마릅니다. 물을 조금만 담은 병에 꽂아 물이 마르면서 서서히 건조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써요. 예외적인 꽃이니 참고만 해두세요.

■ 정리하면

① 꽃 선택이 8할 — 장미·안개·천일홍·스타티스·라그라스·목화는 되고, 튤립·백합은 안 됩니다 ② 잎 떼고 고무줄로 작게 묶어 ③ 통풍 되는 그늘에 거꾸로 23주 ④ 색을 살리고 싶은 특별한 꽃은 실리카겔 ⑤ 직사광선 피해서 두고, 6개월1년 뒤 새 꽃으로 교체.

꽃시장에서 만 원어치 사 온 꽃을 일주일 보고 버리는 것과, 말려서 일 년 보는 것. 같은 만 원인데 남는 게 다릅니다. 이번 주말 꽃시장 가시는 분들은 천일홍 한 단 추가해보세요. 말린 결과물은 꽃, 식물 공간 게시판에 사진으로 자랑해주시고요 🌸 마른 꽃 꽂기 좋은 병이나 리스 재료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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