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사위한테도 안 준다는 우스개가 붙을 만큼 가을 부추 맛을 쳐준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여름 장마를 넘긴 부추는 날이 서늘해지면서 잎이 도톰해지고 향이 진해집니다. 그런데 이 맛있는 가을 부추 앞에서 갈림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베어 먹느냐, 어느 시점부터는 낫을 내려놓고 내년을 준비하느냐입니다. 부추는 한 번 심으면 여러 해를 이어 먹는 다년생 채소라, 가을 두 달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내년 봄 첫 수확의 굵기를 정합니다. 9월 이후 베기 중단 시점부터 월동 전 거름주기, 3~4년 된 포기의 포기나누기, 노지 월동과 화분 부추 관리까지, 가을 부추 관리의 순서를 정리해봤습니다.

■ 가을 부추가 유난히 맛있는 이유

부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채소입니다. 한여름 고온기에는 잎이 가늘고 억세지면서 향도 옅어지는데, 더위가 꺾이고 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잎이 다시 도톰하고 부드러워집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식물이 잎에 당분을 더 쌓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여기에 여름내 꽃대를 올리느라 쓰던 힘을 가을에는 잎과 뿌리로 돌리니,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의 부추가 일 년 중 가장 실합니다. 8월에 하얀 부추꽃이 올라와 있다면 꽃대는 보이는 대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꽃과 씨앗으로 갈 양분을 잎과 뿌리로 돌려주는 작업이고, 잘라낸 꽃대는 꽃꽂이 소재로도 제법 예쁩니다.

■ 9월 중순 이후에는 낫을 내려놓으세요

가을 부추 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베기를 멈추는 시점입니다. 부추는 잎을 베어내면 뿌리에 저장한 양분으로 새잎을 밀어 올립니다. 봄여름에는 이 힘이 넘쳐 베는 족족 다시 자라지만, 가을에 베어낸 잎을 다시 채우느라 뿌리 양분을 써버리면 정작 겨울을 날 밑천과 내년 봄 첫 부추를 밀어 올릴 힘이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오래 부추를 길러온 분들은 9월 중순 무렵의 마지막 수확을 끝으로 낫을 내려놓고, 그 뒤에 자라는 잎은 베지 않고 그대로 두어 뿌리로 양분을 내려보내게 합니다. 마지막 수확 시점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서리 내리기 한 달 반쯤 전이 기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깝다고 늦가을까지 베어 먹은 밭은 이듬해 봄 부추가 눈에 띄게 가늘어진다는 것이 공통된 경험담입니다.

■ 월동 전 거름 — 부추는 거름 먹고 겨울을 납니다

베기를 멈췄다면 다음 순서는 거름입니다. 부추는 다년생 채소 중에서도 거름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작물이라, 가을에 넣는 거름이 곧 내년 봄 부추의 굵기가 됩니다. 마지막 수확을 마친 9월 중하순에 잘 썩은 퇴비를 포기 사이 골에 뿌리고 흙을 살짝 긁어 덮어주면 됩니다. 완숙 퇴비를 써야 뿌리가 상하지 않고, 덜 썩은 거름은 오히려 해가 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직접 만든 퇴비가 있다면 이때 쓰기 제격이고, 퇴비 만드는 법은 앞서 올린 퇴비 만들기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늦가을 잎이 시들어 눕기 시작하면 포기 위에 퇴비나 왕겨를 한 켜 덮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름과 이불을 겸하는 셈이라, 겨울 추위를 막고 봄에 녹아내리며 양분이 됩니다.

■ 포기나누기 — 3~4년 된 부추는 가을이 적기

부추를 여러 해 기르다 보면 포기가 촘촘하게 불어나면서 잎이 점점 가늘어지는 때가 옵니다. 한 자리에서 뿌리끼리 경쟁이 심해진 신호로, 심은 지 3~4년쯤 되면 대개 이 시기가 온다고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포기나누기입니다. 시기는 더위가 꺾인 9월 초중순이 알맞습니다. 포기를 삽으로 통째로 떠낸 뒤 흙을 털고 뿌리 뭉치를 손으로 서너 갈래씩 나누어, 새 자리에 20cm 안팎 간격으로 다시 심으면 됩니다. 이때 잎을 위에서 3분의 1쯤 잘라주면 수분 증발이 줄어 활착이 빨라지고, 밑거름을 넣은 자리에 심으면 가을 안에 뿌리를 내려 그대로 월동에 들어갑니다. 포기나누기를 한 해는 수확 욕심을 접고 내년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나눈 포기가 남으면 이웃과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부추만큼 나눔 받아 고마운 작물도 드무니까요.

■ 노지 월동 — 잎이 말라도 죽은 것이 아닙니다

찬바람이 나고 서리가 내리면 부추 잎은 누렇게 시들어 눕습니다. 처음 기르는 분들은 죽었나 싶어 놀라지만, 부추는 우리나라 노지에서 너끈히 겨울을 나는 강건한 다년생입니다. 잎은 말라도 땅속 뿌리와 눈은 살아서 봄을 기다리고 있으니 캐낼 일이 아닙니다. 완전히 마른 잎은 겨울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이른 봄 새싹이 나기 전에 걷어내면 되는데, 마른 잎을 미리 걷고 왕겨나 짚을 덮어두면 병해충이 숨을 자리도 줄고 봄 정리도 쉬워집니다. 중부 내륙처럼 추위가 매서운 지역이라면 덮어주는 두께를 조금 더 넉넉히 하면 안심입니다.

■ 내년 봄 첫 부추 — 초벌 부추의 값어치

가을 관리의 보상은 이듬해 봄에 옵니다. 봄에 처음 올라온 부추를 초벌 부추라 부르는데, 겨우내 뿌리에 모아둔 양분을 다 밀어 올린 잎이라 도톰하고 달아서 예부터 첫 수확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가을에 베기를 멈추고 거름을 넣어둔 밭일수록 이 첫 부추가 굵게 올라옵니다. 초벌은 잎 길이가 20cm 안팎이 되었을 때 밑동에서 3cm쯤 남기고 베면 되고, 이후 한 달 간격으로 다시 베어 먹는 한 해 살림이 시작됩니다. 봄에 베고 나서 웃거름을 조금씩 챙겨주면 여름까지 잎 굵기가 유지됩니다.

■ 화분 부추 — 베란다에서도 원리는 같습니다

마당이 없어도 부추는 화분에서 잘 자랍니다. 깊이 20cm 이상 되는 넉넉한 화분에 심고 해가 잘 드는 베란다에 두면 되는데, 가을 관리 원리는 노지와 같습니다. 9월 중순쯤 마지막으로 베고, 퇴비나 완효성 비료를 흙 위에 얹어주고, 잎이 시들면 그대로 둡니다. 부추는 겨울에 얼었다 녹는 휴면을 거쳐야 봄에 힘 있게 올라오는 성질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한 실내로 들이기보다 베란다나 바깥의 찬 기운을 겪게 하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흙이 바싹 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가끔 물을 주면 월동 관리는 끝입니다. 화분 부추도 2~3년에 한 번은 포기나누기를 겸해 분갈이를 해주면 잎 굵기가 되살아납니다.

■ 가을 부추밭 점검 — 잡초와 병해충도 짚고 넘어가기

베기를 멈춘 부추밭이라고 손을 아주 놓을 일은 아닙니다. 가을 부추밭의 잔손질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잡초입니다. 부추 포기 사이로 바랭이나 쇠비름이 파고들면 월동 양분을 나눠 먹는 데다 이듬해 봄 정리가 배로 힘들어지니, 보이는 대로 뽑아 포기 사이를 깨끗하게 유지합니다. 둘째는 병해충 점검입니다. 잎에 하얀 반점이 번지거나 잎끝부터 말라 들어가는 잎마름 증상, 뿌리 쪽을 갉는 벌레가 있는지 살펴보고, 상한 잎은 걷어내 밭 밖으로 치웁니다. 병든 잎을 그대로 두면 겨울을 넘겨 이듬해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가을 청소가 곧 내년 예방입니다. 장마철 물 빠짐이 나빴던 자리라면 가을에 골을 정리해 물길을 터두는 것도 부추 뿌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부추꽃이 예뻐서 그냥 두고 싶은데 안 되나요?" 몇 대쯤 남겨 감상하고 씨앗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꽃대가 많을수록 뿌리로 갈 양분이 줄어드니, 맛이 우선이라면 대부분 잘라주는 쪽을 권합니다.

"가을에 부추를 새로 심어도 되나요?" 씨앗 파종은 봄이 정석이고, 가을에는 모종이나 나눔 받은 포기를 9월 안에 심어 월동시키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뿌리가 자리 잡을 시간을 주려면 서리 전 한 달은 확보해야 합니다.

"겨울에 실내에 들이면 계속 먹을 수 있지 않나요?" 잎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힘없이 가늘고, 휴면을 건너뛴 포기는 이듬해 세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길게 보면 겨울에는 쉬게 하는 편이 남는 장사입니다.

"마른 잎을 태우거나 잘라야 하나요?" 태울 필요는 없고, 이른 봄 새싹이 나기 전에 손으로 걷어내거나 가위로 지면 가까이 잘라 정리하면 충분합니다.

"부추 씨앗도 받아둘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꽃대에 맺힌 까만 씨앗이 여물면 받아 말려두면 되는데, 부추 씨앗은 수명이 1~2년으로 짧은 편이라 이듬해 봄에 바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채종 요령은 씨앗 받기 글을 참고하세요.

"올봄에 심은 첫해 부추인데 가을에 베어 먹어도 되나요?" 첫해는 아예 수확을 참고 포기를 키우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 정석입니다. 첫해에 뿌리를 실하게 만들어두어야 이듬해부터 몇 해를 두고 넉넉히 베어 먹을 수 있습니다.

"포기나누기한 부추가 시들시들합니다." 옮겨 심은 직후 며칠은 몸살로 잎이 처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을 충분히 주고 두면 새 잎이 올라오며 자리를 잡으니, 열흘쯤은 지켜보셔도 됩니다.

"부추 곁에 함께 심으면 좋은 작물이 있나요?" 예부터 부추는 향이 강해 벌레를 쫓는 이웃 작물로 대접받았습니다. 상추나 근대 곁에 심어 함께 관리하는 분들이 많고, 다년생이라 자리를 오래 차지하니 밭 가장자리나 두둑 끝처럼 갈아엎지 않는 자리에 심는 것이 요령입니다.

"마지막 수확한 부추는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요?" 가을 부추는 향이 진해 부추전과 오이소박이 속, 겉절이에 특히 좋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살짝 데쳐 소분 냉동해두면 겨울 국과 만두소에 요긴하니, 마지막 수확이 아깝지 않게 갈무리해두시면 됩니다.

■ 정리하면

① 가을 부추는 일 년 중 가장 맛있는 시기, 꽃대는 보이는 대로 정리 ② 9월 중순 마지막 수확 후 베기 중단, 잎을 남겨 뿌리에 양분 저장 ③ 월동 전 완숙 퇴비로 거름, 늦가을엔 왕겨·짚 덮기 ④ 3~4년 된 포기는 9월 포기나누기로 회춘 ⑤ 노지 월동은 걱정 없음, 겨울을 겪어야 봄 초벌 부추가 굵어짐.

몇 년째 기르는 부추 자랑과 포기나누기 소식을 원예·텃밭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 부추 씨앗과 완숙 퇴비, 깊은 화분은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태그: 부추키우기, 부추월동, 부추거름주기, 가을부추, 부추재배, 텃밭가꾸기, 가을텃밭,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