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식 화분 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손바닥을 쫙 편 듯한 잎에 통통한 밑동, 리본이 둘린 채 가게 앞을 지키는 파키라입니다. 재물을 부르는 나무, 머니트리라는 별명 덕에 개업 선물 단골이 됐지만, 사실 파키라의 진짜 미덕은 따로 있습니다. 관엽식물 중에서도 손꼽히게 무던해서, 어두운 가게 안쪽에서도 물을 자주 잊어도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기 관엽 케어 시리즈 1편 홍콩야자, 2편 뱅갈고무나무에 이어 3편은 이 개업 화분의 왕, 파키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튼튼한 파키라가 죽는다면 원인은 십중팔구 하나로 모입니다. 바로 물을 너무 자주 주는 손입니다. 물주기 2주 감각부터 줄기가 물렁해질 때의 응급 대처, 가지치기와 꼬인 목대 상식, 겨울 관리까지 정리해봤습니다.

■ 파키라는 어떤 나무인가 — 개업 선물 단골의 이유

파키라는 중남미의 물가가 고향인 나무입니다. 고향에서는 열매를 먹기도 하는 큰 나무인데, 화분에서는 통통한 밑동에 초록 줄기, 손가락을 펼친 듯 대여섯 장씩 모여 나는 잎으로 자랍니다. 재물운을 부른다는 별명과 함께 개업·이사 선물로 자리 잡은 데는 실용적인 이유가 큽니다. 새로 연 가게는 식물에게 좋은 환경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파키라는 어둡고 건조한 실내를 잘 버티고 관리를 잊어도 티를 늦게 내는, 선물하기에 가장 미더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공기정화 식물 목록에도 단골로 오르내리고, 잎 모양이 시원해서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립니다.

■ 내음성 — 어두운 자리에서도 버티는 체력

파키라의 첫 번째 장기는 내음성입니다. 창에서 떨어진 가게 안쪽, 형광등 빛이 대부분인 사무실에서도 오래 버티는 편이라, 해가 짧은 집에서 나무를 들이고 싶을 때 파키라만 한 후보가 드뭅니다. 물론 버티는 것과 잘 자라는 것은 다릅니다. 명당은 커튼을 거른 밝은 간접광 자리이고, 빛이 넉넉해야 잎 색이 진해지고 줄기 사이가 촘촘해집니다. 어두운 자리에서는 잎자루가 길고 연약하게 늘어나는 웃자람이 오니, 어두운 자리에 두더라도 이따금 밝은 자리로 순환시켜 주면 좋습니다. 직사광선은 잎을 태울 수 있어 한여름 창가 직격만 피하면 됩니다.

■ 물주기 — 2주 감각, 목대가 물탱크입니다

파키라 물주기의 핵심은 이 나무의 통통한 밑동에 있습니다. 저 목대는 물을 저장하는 물탱크라서, 흙이 말라도 파키라는 한동안 저금해 둔 물로 버팁니다. 그래서 파키라의 물주기는 다른 관엽보다 간격을 길게, 성장기 기준으로도 열흘에서 2주에 한 번 감각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달력보다 흙이 먼저입니다. 겉흙에서 두세 마디 깊이까지 말랐는지 손가락으로 확인하고, 말랐을 때만 화분 아래로 흘러나올 만큼 흠뻑 주고, 받침 물은 30분 뒤 비웁니다. 겨울에는 3~4주에 한 번까지도 벌어집니다. 파키라를 죽이는 것은 가뭄이 아니라 부지런한 물주기라는 것, 이 한 줄만 기억하셔도 파키라 농사의 절반은 성공입니다.

■ 줄기가 물렁하면 — 과습 경보,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파키라 건강검진법은 간단합니다. 밑동을 엄지로 지그시 눌러보는 것입니다. 건강한 목대는 나무답게 단단합니다. 만약 밑동이나 줄기 어딘가가 스펀지처럼 물렁하게 눌린다면 과습으로 속이 상하기 시작했다는 경보입니다. 잎이 누렇게 처지기 전에 줄기가 먼저 신호를 주는 경우가 많으니, 물 줄 때마다 한 번씩 눌러보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습니다. 물렁함이 확인되면 즉시 물을 끊고 바람이 잘 드는 반그늘로 옮겨 흙을 말립니다. 물렁한 부위가 일부라면 화분에서 꺼내 상한 뿌리와 무른 부분을 도려내고 새 흙에 다시 심어 살리는 경우도 있지만, 목대 전체가 물렁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면 회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 전에, 흙이 마르기 전에는 물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입니다.

■ 가지치기와 새순 — 어디를 잘라도 다시 나옵니다

파키라는 가지치기에 너그러운 나무입니다. 생장점을 잘라내면 그 아래 숨은 눈에서 새순이 두세 개씩 돋아나는 성질이 있어, 웃자라 볼품없어진 파키라도 과감한 가지치기로 다시 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높이에서 줄기를 자르면 자른 자리 근처에서 새 가지가 나와 풍성해지고, 심지어 잎이 하나도 없는 목대만 남기고 잘라도 새순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기는 성장이 왕성한 봄부터 초여름이고, 소독한 가위로 자른 뒤 통풍 좋은 밝은 자리에서 새순을 기다리면 됩니다. 새순이 나온 뒤에는 여러 개 중 방향 좋은 것을 남기고 정리해주면 수형이 깔끔해집니다. 잘라낸 건강한 가지는 흙에 꽂아 삽목하면 뿌리를 내리기도 하니 버리기 전에 시도해볼 만합니다.

■ 꼬인 줄기 상식 — 다섯 그루가 한 화분에

시중의 파키라 중에는 줄기 여러 대가 머리땋듯 꼬인 모양이 많습니다. 알고 보면 한 그루가 아니라 어린 파키라 여러 대를 어릴 때부터 꼬아 기른 것으로, 다섯 대를 꼬으면 재물운이 모인다는 이야기와 함께 머니트리라는 이름으로 팔립니다. 기르는 법은 외목대와 같지만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여러 그루가 한 화분에 사는 셈이라 물과 양분 경쟁이 있고, 그중 한 대가 약해져 죽으면 꼬임 속에서 썩으며 옆 줄기까지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꼬인 파키라에서 한 줄기만 잎이 처지거나 줄기가 물렁해지면, 아깝더라도 그 줄기를 꼬임에서 분리해 잘라내는 것이 나머지를 지키는 길이라고 합니다.

■ 흙과 화분 — 물 빠짐이 파키라의 생명줄

물탱크 목대를 가진 나무답게, 파키라에게 맞는 흙은 물이 시원하게 빠지는 흙입니다. 시판 상토에 마사토나 펄라이트를 세 줌쯤 섞어 심으면 과습 위험이 크게 줄고, 화분도 배수구멍이 넉넉한 것을 골라 바닥에 마사토를 한 켜 깔아주면 좋습니다. 선물 받은 개업 화분이라면 한 번쯤 속을 확인해볼 만합니다. 장식용 이끼나 돌로 흙 위가 덮여 있으면 흙이 마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통풍도 막히니 걷어내는 것이 좋고, 화분 안에 비닐 포트째 들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들어서 확인해보세요. 화분 크기는 뿌리분보다 한 치수 큰 정도가 알맞습니다. 파키라는 뿌리가 화분에 꽉 차는 것을 크게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 큰 화분으로 서두르기보다 배수를 챙기는 쪽이 남는 선택입니다.

■ 겨울 관리 — 10도 이상, 물은 더 멀리

더운 지방 출신답게 파키라도 추위는 약합니다. 겨울 최저 10도 이상을 지켜주고, 난방 없는 베란다에 두었다면 찬바람 나기 전 실내로 들이세요. 겨울철 실내 파키라의 최대 위험은 역시 과습입니다. 성장이 멈춘 겨울에 여름 습관대로 물을 주면 뿌리가 견디지 못하니, 물주기 간격을 3~4주까지 늘리고 흙 마름을 꼭 확인한 뒤 미지근한 물을 오전에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료는 끊고, 창가 냉기와 온풍기 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자리에 두면 겨울 관리는 끝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잎 끝이 노랗게 변하며 떨어집니다." 여러 장이 한꺼번에 노래지면 과습부터 의심하고 줄기를 눌러보세요. 아래쪽 묵은 잎이 한두 장씩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입니다.

"잎이 5장이 아니라 67장씩 납니다." 정상입니다. 파키라 잎 수는 59장까지 다양하고, 개체와 영양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분갈이는 언제 하나요?" 1~2년에 한 번 봄이 적기이고, 배수구멍으로 뿌리가 나오면 신호입니다. 파키라는 물 빠짐이 좋은 흙이 중요하니 배수 좋은 상토에 마사토를 섞어 심으면 됩니다.

"꽃이나 열매도 열리나요?" 실내 화분에서는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고향에서는 술 모양의 큰 꽃이 피고 열매도 맺히지만 화분 환경에서는 조건이 맞지 않으니, 잎과 수형을 즐기는 나무로 보시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반려동물에게 위험한가요?" 파키라는 반려동물에게 비교적 안전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어떤 식물이든 많이 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습관적으로 뜯는다면 자리를 옮겨주세요.

"잎이 끈적거리고 검은 그을음 같은 게 생깁니다." 깍지벌레나 진딧물이 남긴 분비물에 곰팡이가 앉은 것일 수 있습니다. 잎 뒷면과 줄기 틈의 벌레를 닦아내고 통풍을 늘려주세요. 대처 요령은 다음 편 녹보수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목대는 굵어지게 할 수 없나요?" 실내에서는 목대가 눈에 띄게 굵어지기까지 여러 해가 걸립니다. 빛을 넉넉히 보여주고 여름에 바깥바람을 쐬어주면 조금씩 굵어지니,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파키라와 오래 가는 비결입니다.

"개업 선물로 파키라를 보내려는데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가게라면 허리 높이 안팎의 중형이 자리 부담 없이 무난하고, 관리에 서툰 분께 보낸다면 차라리 작은 화분이 실패가 적습니다. 화분 겉포장은 받는 분이 바로 벗기도록 한마디 곁들이면 나무에게도 친절한 선물이 됩니다.

"새순이 나오다 말고 검게 시듭니다." 새순이 날 때 물이 부족했거나 찬바람을 맞은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흙 상태와 자리 온도를 점검하고, 시든 순은 정리해주면 다음 순이 다시 올라옵니다.

■ 정리하면

① 파키라는 내음성 좋은 개업 선물 단골, 어두운 실내에서도 버티는 체력 ② 물은 2주 감각, 목대가 물탱크이니 마르기 전엔 주지 않기 ③ 밑동이 물렁하면 과습 경보, 즉시 물 끊고 흙 말리기 ④ 가지치기에 너그러워 어디를 잘라도 새순, 수형 교정은 봄여름에 ⑤ 꼬인 줄기는 여러 그루, 한 대가 상하면 분리 ⑥ 겨울 10도 사수, 물은 3~4주 간격.

집과 가게의 파키라 사진, 궁금한 증상은 꽃, 식물 공간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 1편 홍콩야자, 2편 뱅갈고무나무 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4편은 이름부터 복스러운 나무, 녹보수입니다. 파키라 화분과 배수 좋은 상토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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