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밑거름 철을 앞두고 퇴비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줄고 텃밭 흙은 좋아지니 일석이조인데, 막상 시작하려면 궁금한 것투성이입니다. 카페에 오갔던 질문들을 문답 열네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필요한 질문만 골라 읽으셔도 됩니다.

Q1. 집에서 만든 퇴비, 정말 사서 쓰는 것만큼 효과가 있나요?

제대로 완숙시켰다면 시판 퇴비 못지않습니다. 오히려 음식물·낙엽·풀 등 재료가 다양해 미생물과 미량 요소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덜 익은 퇴비를 밭에 넣으면 흙 속에서 마저 발효되며 가스와 열이 나와 뿌리를 상하게 하니, 완숙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것만 퇴비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 퇴비의 성패는 결국 재료 선택과 완숙 여부, 이 두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Q2.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나요?

넣어도 좋은 것은 채소 다듬고 남은 부스러기, 과일 껍질, 커피 찌꺼기, 달걀 껍데기, 낙엽, 뽑은 풀(씨앗 맺기 전), 잘게 자른 마른 줄기입니다. 절대 넣지 말아야 할 것은 고기·생선·유제품 같은 동물성 재료와 국물·김치·장아찌처럼 소금기 있는 음식입니다. 동물성은 악취와 구더기, 쥐를 부르고, 소금기는 발효를 방해할 뿐 아니라 흙에 염분이 쌓여 작물 뿌리가 물을 못 빨아들이게 만듭니다. 기름진 음식, 병든 식물체, 씨앗 맺힌 잡초도 빼는 것이 안전합니다. 애매한 것들을 짚어보면, 감귤·양파 껍질은 소량이면 무방하고, 달걀 껍데기는 잘게 부숴 넣어야 분해가 되며, 밥과 빵 같은 탄수화물은 소량은 괜찮지만 뭉쳐 넣으면 쉬 상하니 흩어서 넣습니다. 익힌 채소는 간이 안 된 것만 허용이라고 보시면 쉽습니다.

Q3. 냄새 때문에 겁이 나는데, 안 나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냄새의 원인은 십중팔구 수분 과다와 재료 불균형입니다. 음식물처럼 질소가 많고 축축한 재료(초록 재료)만 쌓이면 산소가 막혀 썩는 냄새가 납니다. 해법은 탄소가 많은 마른 재료(갈색 재료), 즉 낙엽·마른풀·톱밥·잘게 찢은 골판지를 초록 재료의 두세 배 부피로 섞는 것입니다. 음식물 한 바가지를 넣었으면 갈색 재료 두세 바가지를 덮는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 뒤집어 공기를 넣어주면 잘 되는 퇴비 특유의 흙냄새만 남습니다. 이미 냄새가 난다면 마른 재료를 왕창 섞고 뒤집는 것이 응급처치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탄소와 질소의 비율, 탄질비를 맞춘다고 하는데, 어렵게 계산할 것 없이 축축한 초록 것 1에 바삭한 갈색 것 2~3이라는 부피 감각만 지키면 집 퇴비 수준에서는 충분합니다. 수분은 꽉 쥐었을 때 물이 배어 나올 듯 말 듯한 정도, 흔히 젖은 스펀지 상태라 부르는 촉촉함이 알맞습니다.

Q4. 낙엽만으로도 퇴비가 되나요?

됩니다. 부엽토라 불리는 최고급 퇴비가 바로 낙엽 퇴비입니다. 다만 낙엽은 탄소 덩어리라 분해가 느려, 낙엽만 쌓으면 1~2년은 걸립니다. 빨리 만들려면 낙엽을 발로 밟아 부수거나 잘게 자른 뒤, 물을 촉촉하게 뿌리고 깻묵이나 음식물 부스러기 같은 질소 재료를 켜켜이 섞어주면 반년 정도로 당겨집니다. 플라타너스처럼 두껍고 왁스층이 있는 잎보다 참나무·벚나무 같은 활엽수 잎이 잘 삭고, 은행잎과 솔잎은 분해가 매우 느리니 따로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올가을 마당 낙엽을 쓸어 담는 것부터가 내년 퇴비 농사의 시작인 셈입니다.

Q5. EM이니 발효 미생물이니 하는 것, 꼭 사서 넣어야 하나요?

필수는 아닙니다. 퇴비를 만드는 미생물은 흙과 낙엽에 이미 살고 있어서, 재료 균형과 수분·공기만 맞으면 알아서 번식합니다. 완성된 퇴비나 산 흙을 한두 줌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종균 효과가 납니다. 다만 EM 발효액이나 시판 발효제를 쓰면 초기 발효가 빨라지고 냄새가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어, 베란다 밀폐형처럼 조건이 까다로운 환경에서는 값어치를 합니다. 정리하면 마당 퇴비장은 없어도 그만, 실내 밀폐형은 있으면 확실히 수월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Q6. 다 됐는지(완숙)는 어떻게 알아보나요?

세 가지로 판별합니다. 첫째 눈으로, 원재료 형태가 사라지고 전체가 검은 갈색 부스러기가 되었는지 봅니다. 둘째 코로, 암모니아나 시큼한 냄새 없이 숲 속 흙냄새가 나는지 맡습니다. 셋째 손으로, 한 줌 쥐었을 때 뜨끈한 열이 남아 있으면 아직 발효 중이라는 뜻이니 열이 완전히 식었는지 확인합니다. 세 가지가 다 통과되면 완숙입니다. 미심쩍을 때는 화분에 상추씨를 뿌려 그 퇴비를 조금 섞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싹이 고르게 트면 합격, 발아가 나쁘면 아직 덜 된 것입니다.

Q7. 벌레가 꼬이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구분이 필요합니다. 굼벵이처럼 생긴 하얀 애벌레나 지렁이, 톡토기는 분해를 돕는 일꾼이니 그냥 두시면 됩니다. 문제는 초파리와 파리 구더기인데, 음식물이 겉에 드러나 있을 때 생깁니다. 새 음식물을 넣을 때마다 반드시 갈색 재료나 흙으로 5cm 이상 덮는 것이 예방의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미 꼬였다면 전체를 한 번 뒤집고 마른 재료를 섞은 뒤 위를 흙으로 덮고, 통 입구를 모기장 천으로 막으면 며칠 안에 잦아듭니다. 고기·생선을 넣지 않는 원칙만 지켜도 벌레 고민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Q8. 퇴비통은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마당이나 텃밭이라면 바닥이 뚫려 흙과 닿는 개방형 퇴비통이 정석입니다. 미생물과 지렁이가 흙에서 올라와 일을 돕고 물빠짐도 자연스럽습니다. 시판 플라스틱 퇴비통 외에 나무 팔레트나 벽돌로 1m 폭 틀을 짜도 충분합니다. 통은 뚜껑이 있어 빗물과 동물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래쪽에 꺼내는 문이 있는 것이 편합니다. 반면 실내·베란다는 냄새와 벌레를 막는 밀폐형(보카시통)이나 지렁이 상자 쪽이 맞습니다. 규모로 보면 텃밭 열 평 기준 200L 한 통이면 1년 밑거름의 상당 부분이 해결됩니다.

Q9.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정말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방식만 다릅니다. 베란다에서는 공기를 넣는 일반 퇴비화 대신, 밀폐 용기에 음식물과 EM 발효 쌀겨(보카시)를 켜켜이 눌러 담는 밀폐 발효 방식을 씁니다. 공기를 차단해 절이듯 발효시키는 원리라 냄새가 시큼한 발효취 정도로 억제되고 벌레도 안 생깁니다. 23주 발효 후 나오는 것은 완성 퇴비가 아니라 절임 상태의 중간 산물이라, 화분 흙이나 스티로폼 박스 흙에 묻어 24주 더 삭혀야 완성됩니다. 중간에 나오는 발효액은 물에 500배로 타서 액비로 쓰니 버릴 것이 없습니다. 겨울에는 발효가 느려지니 실내 쪽에 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Q10. 가을 밑거름으로 쓰려면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나요?

밑거름은 심기 2주 전에는 흙에 섞여 있어야 하니, 거꾸로 계산하면 됩니다. 마당 개방형 기준 여름 재료는 두세 달이면 익으니, 지금 8월에 쌓기 시작한 퇴비는 10월 하순~11월 마늘·양파 정식이나 밭 갈무리 때 밑거름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내년 봄 감자·상추 밑거름이 목표라면 올가을 낙엽 퇴비를 시작하면 일정이 맞습니다. 김장 배추처럼 당장 8월 말에 심는 작물에는 아직 집 퇴비가 없을 테니 시판 완숙 퇴비를 쓰고, 집 퇴비는 다음 작기부터 투입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텃밭 가을 정리 글에서 다룬 잔사 처리와 연결하면, 가을 밭에서 나온 줄기와 잎이 이듬해 그 밭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순환이 완성됩니다.

Q11. 병든 배춧잎이나 벌레 먹은 잎도 넣어도 되나요?

건강한 잔사는 훌륭한 재료지만, 무름병 걸린 포기나 곰팡이 핀 식물체는 넣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정 퇴비 더미는 온도가 병원균을 확실히 죽일 만큼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병든 재료를 넣으면 퇴비를 통해 병을 밭 전체에 나눠주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병해 잔사는 종량제 봉투로 내보내고, 벌레만 먹고 병은 없는 잎은 넣어도 무방합니다. 씨앗이 맺힌 잡초도 같은 이유로 제외합니다.

Q12. 커피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데 화분에 바로 뿌려도 되나요?

바로 뿌리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생 커피 찌꺼기는 흙 위에서 곰팡이가 피기 쉽고, 분해되는 동안 흙 속 질소를 잠시 빼앗아 가 오히려 식물이 주춤할 수 있습니다. 퇴비통에 초록 재료의 하나로 섞어 발효시킨 뒤 쓰는 것이 정석이고, 급하면 바짝 말려 흙 부피의 5퍼센트 이내로만 섞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찌꺼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 많으니, 낙엽과 커피 찌꺼기 조합은 돈 안 드는 퇴비 재료의 대표 짝꿍입니다.

Q13. 완성된 퇴비는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

밭이라면 한 평(3.3㎡)에 완숙 퇴비 5kg 안팎, 삽으로 두어 삽 수북이가 기준선입니다. 배추처럼 거름을 많이 먹는 작물은 그 두 배까지 늘리고, 콩류나 허브처럼 거름기를 덜 타는 작물은 절반이면 됩니다. 화분과 상자 재배는 흙 부피의 10~20%를 섞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아무리 완숙 퇴비라도 한 자리에 몰아 넣으면 거름기가 몰려 어린 뿌리가 상할 수 있으니, 흙 전체에 골고루 섞는 것이 원칙입니다. 넣는 시기는 Q10에서 말씀드린 대로 심기 2주 전, 흙과 섞어 두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Q14. 겨울에는 퇴비통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기온이 떨어지면 미생물 활동이 느려져 발효가 멈춘 듯 보이지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쉬어 가는 것입니다. 겨울에도 재료는 평소처럼 쌓되 갈색 재료 덮기만 지키고, 뒤집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여도 됩니다. 더미를 1m 안팎으로 크게 쌓거나 헌 담요나 비닐로 덮어 보온하면 한겨울에도 속은 발효열로 따뜻하게 유지된다고 합니다. 봄이 되면 밀렸던 분해가 빠르게 진행되니, 겨울 동안 모아둔 재료가 이듬해 봄 밭의 밑거름 밑천이 되는 셈입니다.

퇴비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유난히 잘 맞는 취미입니다. 통 하나 놓고 오늘 나온 채소 부스러기를 낙엽으로 덮는 것으로 첫걸음이 끝나니까요. 이미 퇴비를 만들고 계신 회원님들의 냄새 잡는 비법이나 실패담도 댓글로 나눠주시면,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 흙 살리는 이야기는 상토 고르기 글과 함께 이어가고, 퇴비통과 EM 발효제 같은 자재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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