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채소가 시들시들한데 물도 잘 주고 햇빛도 좋은 자리인데 왜 그럴까,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경험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흙이 문제였다"는 겁니다. 씨앗이나 모종이 아무리 좋아도 흙이 맞지 않으면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반대로 흙만 제대로 골라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들 합니다. 마침 지금이 가을 파종과 분갈이를 준비할 시기라, 원예자재점에 가면 마주치는 상토·배양토·마사토·펄라이트가 각각 무엇이고 언제 어떤 걸 써야 하는지 한 번에 정리해봤습니다.
■ 상토·배양토·마사토, 이름부터 정리합니다
포대에 적힌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데, 역할이 분명히 다릅니다.
첫째, 상토입니다. 씨앗을 틔우고 어린 모종을 키우는 용도로 만든 가벼운 흙입니다. 피트모스와 코코피트 같은 가벼운 재료가 주성분이라 손으로 쥐면 푹신할 정도로 부드럽고, 물을 머금는 힘과 공기가 드나드는 틈이 모두 좋습니다. 어린뿌리가 힘들이지 않고 뻗을 수 있도록 만든 흙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그 자체의 영양분은 약하게 들어 있어서, 오래 키우는 용도로 단독으로 쓰기엔 부족합니다.
둘째, 배양토입니다. 상토에 퇴비·유기질 비료 등을 배합해 영양을 보강한 흙입니다. 모종을 옮겨 심은 뒤 몇 달 이상 키우는 화분, 즉 실제 재배용 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분갈이흙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제품도 대부분 이 계열입니다.
셋째, 마사토입니다.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굵은 모래로, 영양분은 거의 없는 대신 물이 잘 빠집니다.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배수가 필요한 식물의 흙에 섞거나, 화분 맨 아래에 깔아 배수층을 만드는 용도입니다. 세척 마사토를 고르셔야 미세한 흙먼지가 씻겨 나가 있어 쓰기 편합니다.
넷째, 펄라이트와 질석(버미큘라이트)입니다. 펄라이트는 진주암을 튀밥처럼 튀긴 하얀 알갱이로, 흙 사이에 공기 틈을 만들어 과습을 막아줍니다. 질석은 반대로 수분을 머금는 성질이 좋아 파종용 흙에 자주 섞입니다.
■ 용도별로 이렇게 조합하시면 됩니다

경험자들이 권하는 기본 조합은 대략 이렇습니다.
- 씨앗 파종·육묘: 상토 단독 100%. 영양이 진한 흙에 씨앗을 넣으면 오히려 어린뿌리가 상할 수 있어서, 파종만큼은 상토만 쓰는 게 정석이라고 합니다. 트레이 파종이든 화분 직파든 마찬가지입니다.
- 화분 채소(상추·시금치·쪽파 등): 배양토 8 + 펄라이트 2 정도. 화분은 땅과 달리 물이 고이기 쉬워서 펄라이트를 한두 줌 섞어주면 뿌리 썩음이 확 줄어든다고 해요.
- 일반 화초·관엽: 배양토 7 + 마사토(소립) 3 안팎.
- 다육·선인장: 마사토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올립니다. 마사 6
7 + 배양토 34 정도로, 물이 하루 안에 빠지는 게 핵심입니다. - 허브(로즈마리 등 건조를 좋아하는 종류): 배양토 6 + 마사·펄라이트 4 정도로 배수 위주.
정확한 비율에 너무 얽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을 좋아하면 배양토 비율을 높이고, 과습에 약하면 마사·펄라이트를 늘린다"는 원칙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마당 흙을 화분에 퍼 담으면 안 되는 이유
마당이나 밭에 흙이 널렸는데 굳이 사야 하나 싶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당 흙을 화분에 쓰면 안 된다는 게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마당 흙은 입자가 곱고 무거워서 화분처럼 좁고 얕은 공간에 들어가면 물을 줄 때마다 떡처럼 뭉쳐 굳습니다. 땅에서는 지렁이와 미생물이 흙을 계속 갈아주지만 화분 안에서는 그게 안 되거든요. 다음으로 병균과 해충 알, 잡초 씨앗이 그대로 딸려 들어옵니다. 밭에서는 문제없던 것들이 좁은 화분에서는 금방 번집니다. 마지막으로 배수 불량으로 뿌리가 숨을 못 쉽니다. 화분 아래로 물이 안 빠지고 위는 말라 보이니 물을 더 주게 되고, 결국 과습으로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시판 상토는 가볍고 소독되어 있고 물빠짐이 계산된 흙이라, 화분 농사에서는 이 값을 아끼면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가격 감각과 고르는 요령

가격은 대략 이렇습니다. 원예용 상토 20L 한 포대가 시중에서 5천1만 원 선, 50L 대포대는 1만2만 원 안팎입니다. 배양토(분갈이흙)는 20L에 7천1만 5천 원 정도이고, 세척 마사토는 1020kg에 5천1만 원 선입니다. 펄라이트는 35L 소포장이 3천5천 원 정도라 한 봉 사두면 오래 씁니다. 참고로 20L 한 포대면 지름 25cm 안팎 중형 화분 34개, 텃밭 상자 1개 정도를 채울 수 있습니다. 고를 때는 포대 뒷면 표기를 꼭 확인하세요. "파종용", "육묘용"이라고 적힌 것은 상토 계열이고, "분갈이용", "원예용", 비료 성분 함량이 적힌 것은 배양토 계열입니다. 코코피트만 100%로 압축해 파는 제품도 있는데, 이건 물에 불려 쓰는 재료이지 그 자체가 완성된 흙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또 하나, 오래 야외에 방치돼 포대가 삭았거나 색이 바랜 제품은 피하시고, 무거워서 온라인 주문이 편하지만 여러 포대 살 계획이면 근처 원예자재상이나 농협 자재센터 가격도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대량 구매 시 단가 차이가 제법 납니다.
지금 쓰는 흙이 괜찮은지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을 줬을 때 화분 밑으로 30초 안에 물이 흘러나오면 배수는 합격, 1분 넘게 고여 있으면 흙이 굳었거나 뿌리가 꽉 찬 신호입니다. 또 흙 표면이 하얗게 굳어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옆으로만 흐른다면 분갈이나 흙 교체를 고려할 때입니다.
■ 쓰던 흙, 버리지 말고 이렇게 되살립니다
한 번 쓴 흙도 손질하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순서는 세 단계입니다. 1단계, 묵은 뿌리와 이물질 골라내기. 흙을 넓게 펴놓고 굵은 뿌리·돌·비료 찌꺼기를 골라내고, 체가 있으면 한 번 쳐주면 좋습니다. 2단계, 소독. 여름철엔 검은 비닐봉지에 흙을 담아 물을 살짝 축인 뒤 뙤약볕에 1~2주 두는 태양열 소독이 손쉽습니다. 김을 쐬듯 흙 온도가 올라가면서 병균과 해충 알이 줄어듭니다. 3단계, 영양 보충. 소독한 흙에 새 배양토나 완숙 퇴비를 3분의 1가량 섞고 펄라이트를 한 줌 더해주면 다시 쓸 만한 흙이 됩니다. 다만 병들었던 식물이 자라던 흙은 재사용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쓰다 남은 새 흙 보관법도 간단히 말씀드리면, 포대 입구를 단단히 말아 접어 테이프로 봉하고, 비 안 맞는 그늘에 세워두시면 됩니다. 바닥에 바로 두면 습기가 올라오니 벽돌이나 판자 위에 올려두는 게 요령입니다. 개봉한 상토는 다음 계절 안에 쓰는 걸 기준으로 삼으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 가을 농사와 이렇게 이어집니다
지금 8월에 흙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8월 하순~9월 초는 김장 배추 모종과 무 파종이 시작되는 시기라서요. 파종용 상토, 텃밭 상자에 채울 배양토를 지금 준비해두셔야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카페 원예 게시판의 배추·무 파종 글과 분갈이 글도 함께 보시면, 흙 준비부터 심기까지 흐름이 이어질 겁니다. 가을 분갈이도 9월이 적기이니 이번에 흙 조합을 익혀두시면 두루 쓰실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흙에서 지렁이가 나왔는데 괜찮은 건가요? A. 땅이나 노지 텃밭이라면 지렁이는 흙을 살리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다만 화분 안에서는 먹이가 부족해 지렁이도 살기 어렵고 뿌리를 건드릴 수 있으니, 화분에서 나온 지렁이는 마당이나 화단에 옮겨주시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Q2. 작년에 사서 뜯지 않은 상토, 올해 써도 되나요? A. 미개봉 상태로 건조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했다면 대체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포대 안이 축축하게 뭉쳐 있으면 펴서 며칠 말린 뒤 쓰시고, 파종용으로는 새 상토가 안전합니다.
Q3. 커피 찌꺼기를 흙에 섞어도 되나요? A. 말리지 않은 찌꺼기를 바로 섞으면 곰팡이가 피고 어린 식물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바짝 말린 뒤 전체 흙의 5~10% 이내로 소량만, 그것도 화분보다는 퇴비 만들 때 섞는 쪽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4. 상토에 비료를 따로 줘야 하나요? A. 파종·육묘 단계에서는 상토에 든 기본 영양으로 충분합니다. 모종을 옮겨 심고 3~4주가 지나면 그때부터 묽은 액비나 완효성 비료를 조금씩 주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Q5. 배수층으로 마사토 대신 스티로폼 조각을 써도 되나요? A. 큰 화분의 무게를 줄이는 용도로 많이들 씁니다. 다만 너무 잘게 부수면 틈이 막히니 밤톨 크기로, 그 위에 부직포나 양파망을 한 겹 깔고 흙을 채우면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습니다.
Q6. 상토 포대에서 하얀 알갱이가 보이는데 벌레 알인가요? A. 대부분 펄라이트입니다. 손으로 눌러 바스러지는 하얀 돌 같은 알갱이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흙 표면에 하얀 실 같은 곰팡이가 넓게 피어 있다면 통풍이 안 된 것이니 펴서 말린 뒤 쓰시면 됩니다.
■ 정리하면
- 상토는 파종·육묘용 가벼운 흙, 배양토는 영양을 더한 재배용 흙, 마사토는 배수용입니다.
- 파종은 상토 단독, 화분 채소는 배양토+펄라이트, 다육은 마사 비율을 높입니다.
- 마당 흙은 화분에서 굳고 병균이 딸려 와서 부적합합니다.
- 20L 한 포대 5천
1만 원 선, 중형 화분 34개 분량입니다. - 쓰던 흙은 체거름→태양열 소독→새 흙·퇴비 보충으로 되살립니다.
가을 농사는 결국 흙 준비에서 시작된다는 게 오래 가꿔본 분들의 결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흙 조합을 쓰고 계신지, 나만의 배합 비율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흙 때문에 고생했던 사연도 환영합니다. 회원분들이 자주 찾으시는 상토와 분갈이 용품은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태그: 상토, 배양토, 마사토, 화분흙고르기, 홈가드닝, 텃밭가꾸기, 5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