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했던 폭염과 장마를 지나고 나니 마당 잔디가 듬성듬성해졌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렇게 탄 자리, 물이 고여 짓무른 자리, 잡초가 파고든 자리까지 보면 속이 상하실 텐데, 잔디를 오래 가꿔온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잔디 농사는 가을에 짓는다"는 겁니다. 봄에 아무리 애써도 가을을 놓친 잔디는 이듬해 표가 나고, 반대로 9~10월 두 달을 잘 챙기면 내년 봄 푸르름이 달라진다고 해요. 왜 가을이 중요한지, 시기별로 뭘 하면 되는지 달력처럼 정리해봤습니다.
■ 왜 가을이 잔디 회복의 적기인가
우리나라 마당에 많은 들잔디·금잔디는 여름에 왕성하게 자라는 난지형이지만, 한여름 폭염과 병충해, 장마철 과습으로 실제로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이 되면 낮은 따뜻하고 밤은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는데, 이때가 잎보다 뿌리가 크는 시기입니다. 겨울잠에 들기 전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는 기간이라, 이 시기에 회복을 도와주면 그 힘으로 월동하고 이듬해 봄에 싹을 밀어 올립니다. 반대로 가을에 방치하면 약해진 상태 그대로 겨울을 나면서 고사 면적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하나, 잔디가 자라는 속도가 느려지는 계절이라 보수 작업(배토·보파종)의 효과가 오래 유지된다는 점도 가을 작업의 장점입니다.
■ 9월 상순~중순: 깎기 높이를 올리고 비료를 바꿉니다
먼저 깎기입니다. 여름 내내 짧게 깎아오셨다면 가을엔 한 단계 길게 남기는 쪽으로 바꿉니다. 들잔디 기준 여름 23cm로 관리하던 것을 가을엔 34cm 정도로 올려 깎는 걸 권합니다. 잎이 길어야 광합성 양이 늘어 뿌리에 저장할 양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잎 길이의 3분의 1 이상 자르지 않는 원칙은 가을에도 같습니다. 마지막 깎기는 생장이 멈추기 전인 10월 중하순쯤이 되는데, 이때는 오히려 너무 길게 두면 겨울에 눌려 병이 생길 수 있어 평소 높이로 정리하고 마칩니다.
다음은 비료입니다. 가을 비료의 핵심은 "질소는 줄이고 칼리(칼륨)는 늘린다"입니다. 질소를 많이 주면 잎만 웃자라서 연약한 상태로 겨울을 맞게 됩니다. 대신 칼리는 세포를 단단하게 해 추위와 병 저항력을 키워주는 성분이라, 가을엔 칼리 비중이 높은 복합비료나 잔디 전용 가을비료를 9월 중에 한 번 주는 게 정석이라고 합니다. 포대에 적힌 N-P-K 숫자에서 마지막 K 숫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을 고르시면 되고, 뿌린 뒤에는 반드시 물을 충분히 줘서 비료가 잎에 남아 타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 9월 중순~10월 상순: 배토와 보파종으로 빈자리를 메웁니다

배토는 잔디 위에 모래나 고운 흙을 얇게 뿌려주는 작업입니다. 여름을 지나며 울퉁불퉁해진 지면을 고르게 하고, 땅 위로 뻗는 잔디 줄기가 흙에 덮이면서 새 뿌리를 내리게 돕습니다. 세척한 강모래나 마사토 고운 것을 5mm 안팎, 잔디 잎이 절반 이상 보일 정도로만 얇게 뿌리고 빗자루나 널판으로 쓸어 골고루 펴줍니다. 두껍게 덮으면 오히려 잔디가 숨을 못 쉬니 "살짝 화장하는 정도"라고들 표현합니다.
배토 전에 하면 좋은 작업이 통기(에어레이션)입니다. 사람이 자주 밟는 마당은 흙이 다져져 물과 공기가 스며들지 못하는데, 쇠스랑이나 원예용 포크로 10cm 간격, 510cm 깊이로 구멍을 콕콕 내주면 뿌리에 숨통이 트입니다. 장마철 물이 고이던 자리, 유난히 잔디가 부실한 자리 위주로만 해주셔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구멍을 낸 직후에 배토를 하면 모래가 구멍으로 들어가 배수 개선 효과가 오래갑니다. 넓은 마당은 신발에 못이 박힌 통기용 샌들이나 수동 통기 도구가 1만3만 원대에 나와 있으니 활용해볼 만합니다.
여름에 죽어 맨땅이 드러난 자리는 보파종이나 떼움 작업으로 메웁니다. 다만 들잔디 씨앗은 가을 파종이 잘 안 되는 편이라, 난지형 잔디 맨땅은 잔디 조각(뗏장)을 떠다 붙이는 쪽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한지형(켄터키블루그라스 등 서양 잔디)을 쓰시는 댁이라면 9월이 씨앗 보파종의 최적기입니다. 맨땅을 갈퀴로 긁어 흙을 부드럽게 한 뒤 씨앗을 뿌리고 얇게 흙을 덮어, 싹이 자리 잡을 때까지 2~3주간 겉흙이 마르지 않게 관리합니다. 어느 쪽이든 첫서리가 오기 한 달 전에는 마쳐야 뿌리내릴 시간이 확보됩니다.
■ 잡초와 낙엽, 가을에 잡아야 내년이 편합니다

여름 잔디밭의 골칫거리 바랭이는 한해살이라 서리가 오면 어차피 죽지만, 죽기 전에 씨앗을 어마어마하게 떨어뜨립니다. 9월 중에 씨 맺힌 이삭이 보이면 씨가 떨어지기 전에 뽑거나 이삭만이라도 잘라내는 게 내년 봄 발생량을 줄이는 길입니다. 토끼풀(클로버)은 여러해살이라 겨울에도 안 죽습니다. 뿌리째 파내는 게 기본이고, 넓게 퍼졌다면 잔디는 다치지 않고 넓은잎 잡초만 잡는 잔디용 선택성 제초제를 가을에 쓰는 방법이 있는데, 반드시 "잔디밭용" 표기를 확인하고 표기된 희석 배율과 사용 시기를 지키셔야 합니다. 아무 제초제나 쓰면 잔디까지 같이 죽습니다.
가을에 잎에 주황색 가루가 묻어나는 녹병이 도는 해도 있습니다. 손이나 신발에 노란 가루가 묻으면 녹병 신호인데, 통풍이 나쁘고 질소가 과한 잔디에서 잘 생긴다고 합니다. 가볍게 온 정도면 깎아서 병든 잎을 걷어내고 통풍을 틔워주는 것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고, 넓게 번지면 잔디용 살균제를 표기대로 쓰시면 됩니다.
낙엽도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 낙엽이 잔디를 덮으면 햇빛을 막아 광합성을 방해하고, 비에 젖어 붙으면 그 아래가 짓물러 곰팡이병 자리가 됩니다. 낙엽 지는 계절엔 일주일에 한 번은 갈퀴질을 해주는 게 좋고, 모은 낙엽은 태우지 마시고 한쪽에 쌓아 퇴비로 삭히면 내년 텃밭 밑거름이 됩니다. 갈퀴질은 낙엽만 걷는 게 아니라 잔디 사이에 쌓인 묵은 잎(태치)을 긁어내 통풍을 돕는 효과도 겸합니다.
■ 10월 하순~11월: 월동 준비로 마무리합니다
생장이 멈추면 할 일이 줄어듭니다. 마지막 깎기를 마치고, 잔디밭 위에 놓인 화분·호스·놀이기구 등을 치워 눌린 자리가 생기지 않게 합니다. 서리 내린 아침에 잔디를 밟으면 언 잎이 부러져 그 자리가 봄까지 남는다고 하니, 된서리 후 아침 발걸음만 조심하셔도 봄 잔디 얼룩이 줄어듭니다. 물주기는 비가 보통으로 오는 가을이라면 따로 챙길 일이 많지 않지만, 가을 가뭄이 길 때는 10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침에 흠뻑 주고, 땅이 얼기 시작하면 중단합니다. 스프링클러를 쓰는 댁은 동파 전에 호스와 배관의 물을 빼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미리 알아두시면 좋은 겨울 이야기 하나. 눈 치울 때 쓰는 염화칼슘이 잔디밭에 흘러들면 봄에 그 자리만 잔디가 안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관 앞이나 진입로에 제설제를 쓰실 계획이면 잔디 쪽으로 쓸려가지 않게 경계를 두고, 잔디 가까운 통로는 제설제 대신 모래를 뿌리는 쪽이 안전합니다. 겨울에 누렇게 잠든 잔디는 죽은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니, 봄까지 특별히 손댈 일 없이 두시면 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잔디 대신 클로버를 심는 집도 있다던데 어떤가요? A. 클로버는 깎을 일이 적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벌이 많이 꼬이고, 밟힘에는 잔디보다 약하며, 한 번 심으면 잔디밭으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마당을 자주 밟고 쓰신다면 잔디, 보는 용도가 크다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Q2. 물은 언제까지 줘야 하나요? A. 비가 정상적으로 오면 9월 이후엔 자연 강우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뭄이 이어질 때만 10월까지 주 1회 아침 관수를 하고, 서리가 내리고 생장이 멈추면 중단하시면 됩니다.
Q3. 가을에 잔디를 새로 까는 것도 되나요? A. 됩니다. 뗏장 심기는 봄과 초가을이 모두 적기인데, 가을에 하실 거면 뿌리내릴 시간을 고려해 9월 중,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마치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Q4. 잔디 깎은 부스러기는 그냥 둬도 되나요? A. 짧은 부스러기가 얇게 흩어지는 정도면 거름이 되어 괜찮지만, 뭉쳐서 덩어리로 남으면 그 아래 잔디가 눌려 상합니다. 길게 자란 걸 한 번에 깎았을 때는 갈퀴로 걷어내는 게 좋습니다.
Q5. 두더지가 잔디밭을 파놓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A. 두더지는 흙 속 굼벵이·지렁이를 찾아 들어옵니다. 흙이 부풀어 오른 굴 자리는 밟아 다져주고, 시판 진동말뚝이나 바람개비로 쫓는 방법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완전 퇴치는 어렵지만 먹이가 되는 굼벵이 방제를 하면 발길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Q6. 경사진 마당인데 가을 관리가 다른가요? A. 기본은 같지만 경사면은 물과 비료가 아래로 쓸려 내려가기 쉽습니다. 비료는 소량씩 두 번에 나눠 주고, 배토도 위쪽부터 얇게 하는 게 요령입니다.
■ 정리하면
- 가을(9~10월)은 뿌리가 크는 시기. 이때 회복시켜야 내년 봄이 다릅니다.
- 깎기는 여름보다 한 단계 길게(3~4cm), 마지막 깎기는 10월 중하순.
- 비료는 질소 줄이고 칼리 위주로 9월 중 1회.
- 배토는 모래를 5mm 이내로 얇게, 맨땅은 첫서리 한 달 전까지 보파·떼움.
- 바랭이는 씨 맺기 전에, 토끼풀은 뿌리째. 낙엽은 주 1회 갈퀴질.
- 다져진 자리는 통기 구멍을 낸 뒤 배토하면 배수까지 좋아집니다.
- 된서리 후 아침엔 잔디 밟지 않기, 스프링클러는 동파 전 물 빼기, 제설제는 잔디 멀리.
마당 관리는 태풍 대비 글, 겨울나기 준비 글과도 이어지는 주제이니 주택 게시판의 해당 글들도 함께 봐두시면 좋습니다. 여러분 댁 잔디는 여름을 어떻게 났는지, 가을에 챙기는 나만의 요령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배토용 모래와 가을 잔디 비료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태그: 잔디관리, 가을잔디, 마당잔디, 잔디밭관리, 정원가꾸기, 주택관리, 5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