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텃밭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입니다. 심을 것과 돌볼 것과 거둘 것이 한 달 안에 다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심기만 하면 되고 11월에는 거두기만 하면 되지만, 9월은 아침에 시금치를 뿌리고 낮에 배추 웃거름을 주고 저녁에 고구마 줄기를 걷어야 하는, 말하자면 삼모작의 달입니다. 바쁜 만큼 보상도 확실해서, 9월을 알차게 보낸 밭은 겨울 밥상과 김장독까지 책임집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책처럼 세 개의 장으로 나눴습니다. 제1장은 심기, 제2장은 돌보기, 제3장은 거두기. 지금 8월 중순에 미리 읽어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9월 상순의 파종은 8월에 씨앗을 사두어야 가능하고, 9월 중순의 웃거름은 8월 말 정식 날짜를 알아야 계산이 서기 때문입니다. 한 달 내내 펼쳐보는 달력으로 쓰시면 되고, 각 장 끝에는 밭에 가져갈 체크 요약을 붙였습니다.
제1장 심기 — 9월에 뿌려야 겨울 밥상이 찹니다
9월 파종의 대원칙은 '상순에 몰아서'입니다. 가을은 하루가 다르게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서, 같은 씨앗도 일주일 늦게 뿌리면 수확이 보름 늦어집니다. 봄에는 늦게 뿌려도 날이 따뜻해지며 따라잡지만 가을은 그 반대라는 것, 이것이 가을 파종의 셈법입니다. 시기별로 나눠보겠습니다.
상순(1~10일)에는 시금치와 갓을 뿌립니다. 시금치는 추위에 강해 가을 파종의 왕이라 불리는데, 상순에 뿌리면 11월부터 겨울 내내 거둘 수 있습니다. 줄뿌림 후 얕게 덮고 발아까지 촉촉하게만 유지하면 되고, 자세한 요령은 앞서 올린 가을 시금치 파종 글에 있습니다. 김장 양념에 쓸 갓도 이때 함께 뿌리면 김장 날짜에 딱 맞습니다. 열무는 상순 파종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뿌린 지 30일이면 먹는 속도전 채소라 9월 초에 뿌리면 10월 초 김치가 됩니다. 그리고 김장 무를 아직 못 뿌린 밭이라면 상순 초입이 그야말로 막차이니 다른 무엇보다 먼저 챙기셔야 합니다. 쪽파도 이때가 적기입니다. 씨쪽파를 뾰족한 쪽이 위로 오게 얕게 심으면 10월 파김치, 11월 김장 고명까지 두 번 거둘 수 있습니다.
중순(11~20일)에는 마지막 잎채소를 넣습니다. 상추 모종, 쑥갓, 알타리무가 이때까지 가능하고, 이후로는 자라다 추위에 멈추니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상추는 씨앗보다 모종이 보름 빨라 가을엔 모종 쪽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중순부터는 양파 모판 관리가 시작됩니다. 9월 초에 파종한 양파 모판의 싹이 올라오는 때라 덮개를 걷고 첫 솎기를 해주며, 아직 파종 전이라면 중순 초입이 마지노선입니다. 양파 육묘 일정은 지난 글에 달력째 정리해두었습니다.
하순(21~30일)에는 새로 뿌리기보다 빈자리를 채웁니다. 발아가 안 된 시금치 자리에 덧뿌림하고, 배추 결주에 예비 모종을 보식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하순에 무리해서 새 작물을 넣으면 크기도 전에 서리를 맞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다면 월동 시금치입니다. 하순에 뿌린 시금치는 올해는 못 먹어도 흙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른 봄 가장 먼저 밥상에 오릅니다. 그 밖의 빈 이랑은 10월의 마늘·양파 자리로 아껴두는 것이 낫습니다.
제1장 체크 요약 — ☑ 상순: 무 막차·시금치·갓·열무·쪽파 파종 ☑ 중순: 상추·쑥갓 마지막 기회, 양파 모판 솎기 ☑ 하순: 덧뿌림과 보식만, 새 욕심은 금물.

제2장 돌보기 — 배추와 무, 9월에 못 챙기면 11월에 웁니다
9월 텃밭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8월 말에 심은 김장 배추와 무입니다. 이 한 달의 관리가 김장독을 채울지 비울지를 정합니다. 심을 때까지가 반이고 9월 관리가 나머지 반이라, 정식만 해놓고 발길을 끊으면 10월에 후회할 일만 남습니다. 챙길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웃거름입니다. 배추는 정식 15일 뒤 1차, 이후 보름 간격으로 2차와 3차 웃거름을 줍니다. 9월 중순의 1차는 포기와 포기 사이에, 하순의 2차부터는 이랑 어깨 쪽에 복합비료를 한 줌씩 주고 흙을 살짝 덮습니다. 무는 솎기를 마친 뒤 1차,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는 하순에 2차를 줍니다. 잎에 비료가 닿으면 타니 반드시 흙에 주세요. 무 솎기도 이달의 큰일입니다. 본잎 두세 장일 때와 대여섯 장일 때 두 번에 나눠 솎아 최종 한 구멍 한 포기를 만들어야 굵은 무가 나옵니다. 밑거름과 웃거름의 차이가 헷갈리는 분을 위한 비교 글도 곧 올리겠습니다.
둘째, 벌레 단속입니다. 9월은 벼룩잎벌레·청벌레·진딧물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달입니다. 한랭사는 걷지 말고 자락 밀봉 상태를 주 1회 점검하고, 망 안에서 구멍이 늘고 있다면 이미 안에 벌레가 있다는 뜻이니 잎 뒷면을 뒤져 애벌레를 잡아냅니다. 아침 이슬이 마른 오전이 벌레 잡기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잡은 애벌레 수를 세어보면 방제가 되고 있는지 감이 잡히는데, 갈수록 줄면 이기고 있는 것이고 늘면 약제를 검토할 때입니다. 무름병 기미가 보이는 포기, 그러니까 밑동이 물러지며 냄새가 나는 포기는 바로 뽑아 밭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이웃 포기를 살리는 길입니다. 병해충별 대처는 김장 작물 병해충 글에 자세히 있습니다.
셋째, 물 관리입니다. 9월은 가을장마와 가을 가뭄이 번갈아 오는 변덕의 달입니다. 비가 잦은 주에는 이랑 물길을 터서 뿌리가 잠기지 않게 하고, 열흘 넘게 비가 없으면 결구기 배추에 사나흘 간격으로 흠뻑 물을 줍니다. 특히 무는 흙이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하면 뿌리가 갈라지니 일정한 수분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상순까지는 배추 결주 자리에 예비 모종을 보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두세요. 심고 사흘이 지나도 새 잎이 안 올라온 포기는 미련 없이 갈아 심는 편이 빠릅니다.
제2장 체크 요약 — ☑ 웃거름 달력: 배추 15일 간격, 무는 솎은 뒤 ☑ 무 솎기 두 번, 최종 한 포기 ☑ 한랭사 밀봉 주 1회 점검, 병든 포기 즉시 제거 ☑ 장마엔 물길, 가뭄엔 흠뻑.

제3장 거두기 — 여름 작물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법
9월은 여름 작물의 은퇴식이 열리는 달이기도 합니다. 미련이 남아 방치하면 밭 전체가 병해충의 월동 숙소가 되니, 거둘 것은 거두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가을 작물에 자리와 볕이 돌아갑니다.
고추는 상순까지 붉은 것을 부지런히 따서 말리고, 중순 이후 초록 고추는 서리 전에 모두 거둬 부각이나 장아찌로 돌립니다. 고춧대는 뽑은 뒤 그대로 두지 말고 걷어내야 탄저병균이 밭에 남지 않습니다. 토마토·가지·오이는 9월 들어 맛이 급격히 떨어지니 중순쯤 마지막 수확을 하고 줄기를 걷는 것이 실속 있습니다. 호박은 서리 내리기 전까지 굵어지게 두되, 덩굴이 뻗어 배추밭을 덮지 않게 방향만 잡아줍니다. 고구마는 9월 말~10월 초, 잎이 노래지기 시작할 때가 캘 때입니다. 서리 맞은 뒤 캐면 저장성이 뚝 떨어지니 서리 예보 전에 마치는 것이 안전하고, 캔 뒤 일주일쯤 그늘에서 말려야 단맛이 오릅니다. 들깨는 하순에 잎이 누렇게 변하고 아래 꼬투리가 여물면 베어서 말리는데, 너무 바싹 마르기를 기다리면 꼬투리가 터져 절반은 밭에 쏟아지니 여문 기색이 보이면 아침 이슬이 있을 때 베는 것이 요령입니다. 땅콩도 9월 말 잎이 누레지면 한 포기 캐보아 그물 무늬가 또렷해졌는지 확인하고 거둡니다.
걷어낸 줄기와 병든 잔재물은 밭에 두지 말고 내보내고, 건강한 잎줄기만 퇴비 재료로 씁니다. 빈 이랑은 그대로 두지 말고 퇴비를 넣고 갈아엎어 두면 10월의 양파·마늘 심기 자리가 됩니다. 여름 작물을 걷는 순서와 이어짓기 금기는 앞서 올린 텃밭 가을 정리 글에 문답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제3장 체크 요약 — ☑ 고추·열매채소 중순 마지막 수확 후 줄기 정리 ☑ 고구마는 서리 전 수확, 그늘 건조 ☑ 병든 잔재물은 밭 밖으로, 빈 이랑은 갈아엎어 다음 작물 준비.

부록으로, 주말농장처럼 주말에만 가는 밭이라면 이렇게 네 번으로 나누면 됩니다. 첫째 주말은 파종의 날(무 막차·시금치·갓·열무·쪽파), 둘째 주말은 거름과 솎기의 날(배추 1차 웃거름, 무 1차 솎기), 셋째 주말은 순찰의 날(한랭사 점검, 벌레 잡기, 마지막 잎채소), 넷째 주말은 작별의 날(여름 작물 정리, 고구마 시험 삼아 한 포기 캐보기). 비가 와서 한 주를 건너뛰게 되면 다음 주말에 두 가지를 겹쳐 하되 파종과 웃거름을 먼저 챙기고 정리는 뒤로 미루면 됩니다. 심는 일은 날짜가 생명이지만 걷는 일은 일주일 늦어도 크게 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네 번의 주말이면 9월 숙제는 끝납니다.
세 장을 덮으며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순에 뿌리고, 한 달 내내 배추·무를 돌보고, 서리 오기 전에 여름과 작별한다. 이 세 문장만 지켜도 9월 텃밭은 합격이고, 10월의 마늘·양파 심기와 11월의 김장 수확은 절로 이어집니다. 회원님들의 9월 밭 사진과 일정표, 원예·텃밭 게시판에 나눠주세요 🌱 씨앗과 복합비료, 한랭사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부록 — 9월 날씨 변수 세 가지 대응법
달력대로 안 되는 게 농사라, 9월의 대표 변수 셋만 덧붙입니다. 첫째, 늦더위가 길어질 때 — 시금치·상추 파종을 한 주 늦추고, 뿌린 것은 한낮 차광으로 버팁니다. 둘째, 가을장마·태풍이 올 때 — 파종을 비 온 뒤로 미루고, 배추 고랑 물길부터 점검하세요(무름병 예방). 셋째, 이른 추위 예보가 나올 때 — 하순 파종 예정이던 것을 앞당기고, 열매채소 마지막 수확을 서두릅니다. 날씨 앱의 열흘 예보를 주말마다 확인하는 습관이 9월 달력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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