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가상회입니다. 지난번에 올린 김장배추 모종 글에 관심 가져주신 분들이 많아서, 이어서 '김장 밭 완성 시리즈' 두 번째 글을 정리해봤습니다. 김장독을 채우려면 배추만으로는 안 되지요. 무가 있어야 하고, 이듬해 김장까지 내다보면 마늘과 양파도 가을에 미리 심어둬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세 작물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심는 날짜를 놓치면 그해 농사는 사실상 만회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텃밭 경험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무·마늘·양파는 심는 날짜가 절반"이라고 해요. 오늘은 그 날짜를 달력 한 장으로 정리해드립니다.
■ 왜 '심는 날짜'가 절반이라고 할까요
봄 작물은 조금 늦게 심어도 생육 기간이 길어서 어느 정도 따라잡습니다. 그런데 가을 작물은 사정이 다릅니다. 심고 나면 기온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늦게 심은 만큼 자랄 시간이 그대로 깎여나갑니다. 무는 뿌리가 굵어지기 전에 서리를 맞고, 마늘과 양파는 뿌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한 채 겨울을 맞아 얼어 죽기 쉽다고 합니다. 반대로 너무 일찍 심어도 문제입니다. 마늘을 더운 9월 초에 심으면 병이 오거나 싹이 웃자라서 월동에 불리하다고 해요. 그래서 세 작물 모두 '적기'라는 창문이 열려 있는 기간이 2~3주 남짓밖에 안 됩니다.
■ 김장무 — 8월 중순~말, 씨앗을 바로 밭에
지금 이 글을 보시는 8월 초가 바로 준비 적기입니다. 김장무는 중부 지방 기준 8월 중순말에 씨앗을 밭에 바로 뿌립니다(직파). 남부는 그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늦춰 8월 말9월 초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에서 꼭 기억하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무는 배추와 달리 모종을 사다 옮겨 심는 작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는 곧게 뻗는 뿌리(직근)를 먹는 채소인데, 옮겨 심는 과정에서 이 뿌리 끝이 다치면 뿌리가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지거나 기형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밭에 직접 씨를 뿌립니다.
심는 요령은 이렇습니다. 이랑을 만들고 30cm 정도 간격으로 한 자리에 씨앗을 34알씩 점뿌림합니다. 싹이 나서 본잎이 23장 되면 튼튼한 것 하나만 남기고 솎아냅니다. 솎은 어린 무는 버리지 말고 열무처럼 겉절이나 된장국에 쓰시면 됩니다. 이후 벌레 피해(특히 벼룩잎벌레)가 심한 시기라 한랭사를 씌우는 분들이 많고, 수확은 11월 서리 내리기 전, 김장 직전에 합니다.
■ 마늘 — 중부는 10월 중하순, 남부는 9월 말~10월
마늘은 가을에 심어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6월에 캐는, 밭에서 8개월을 보내는 긴 호흡의 작물입니다. 심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중부 지방은 10월 중하순, 남부 지방은 9월 말~10월에 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품종도 지역 따라 갈립니다. 중부는 추위에 강한 한지형(의성, 서산 마늘 등), 남부는 따뜻한 곳에 맞는 난지형(남해, 무안 마늘 등)을 심습니다. 중부에서 난지형을 심으면 겨울에 얼어 죽기 쉽다고 하니, 씨마늘 살 때 꼭 확인하세요.
씨마늘 고르는 법은 단순합니다. 통이 굵고 단단하며 상처나 곰팡이가 없는 것을 고르고, 쪽을 나눌 때도 그중 굵은 쪽만 골라 씁니다. 잔 쪽을 심으면 이듬해 마늘도 잘다고 해요. 심을 때는 쪽을 하나씩 분리해 뾰족한 쪽이 위로 가게 해서 5~7cm 깊이로 묻습니다. 간격은 줄 사이 20cm, 포기 사이 10cm 정도가 무난합니다. 심고 나서 중부 지방은 왕겨나 비닐로 덮어 월동 준비를 해주면 겨울나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합니다. 수확은 이듬해 6월, 잎이 절반쯤 누렇게 마를 때입니다.
■ 양파 — 모종으로 심는 게 마음 편합니다
양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9월 초에 모판에 씨앗을 뿌려 직접 모종을 길러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10월 말11월 초에 시장이나 종묘사에서 파는 모종을 사다 밭에 정식하는 방법입니다. 씨앗부터 기르는 건 4550일 넘게 모판을 관리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텃밭 규모라면 가을에 모종을 사다 심는 쪽이 실패가 적다고 해요. 모종은 연필심보다 조금 굵은 정도가 적당하고, 너무 굵은 모종은 이듬해 봄에 꽃대가 올라와(추대) 알이 안 든다고 합니다. 간격은 15cm 안팎, 너무 깊지 않게 심는 것이 요령입니다. 수확은 마늘과 비슷한 이듬해 6월입니다.
■ 한눈에 보는 가을 파종 달력 (중부 기준)

· 8월 상순 — 무 심을 밭 준비(밑거름), 김장무 씨앗 구입
· 8월 중순말 — 김장무 직파 / 마늘밭에 퇴비 미리 넣기
· 9월 초 — (양파 씨앗파) 모판 파종 / 남부는 무 파종 마무리
· 9월 말10월 — 남부 마늘 심기
· 10월 중하순 — 중부 마늘 심기, 양파 모종 정식 시작
· 10월 말~11월 초 — 양파 모종 정식 마무리
· 11월 — 김장무 수확, 마늘·양파 월동 준비(왕겨·비닐 덮기)
· 이듬해 6월 — 마늘·양파 수확
남부 지방은 무는 열흘쯤 늦게, 마늘은 2~3주쯤 이르게 잡으시면 큰 틀이 맞습니다.
■ 준비물과 비용, 대략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다섯 평 남짓 텃밭 기준으로 감을 잡아보면 이렇습니다. 김장무 씨앗은 한 봉(2천5천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씨마늘은 보통 '접'(100통) 단위로 파는데, 한 접이면 쪽을 나눠 대략 500600쪽, 두세 평을 심을 양이 나온다고 합니다. 값은 품종과 그해 작황에 따라 다르지만 한 접에 몇만 원 수준이라, 마늘 농사는 씨마늘 값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양파 모종은 100주 한 단 단위로 팔며 몇천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퇴비 몇 포대와 한랭사 정도가 더해지면 준비는 끝입니다. 씨앗 봉투 뒷면에는 파종 시기·간격·수확기가 표로 적혀 있으니 버리지 말고 밭 수첩에 붙여두시면 두고두고 요긴합니다.
■ 세 작물 공통 기본기 — 밑거름과 배수
셋 다 심기 2주 전에 밭을 만들어두는 것이 정석이라고 합니다. 퇴비와 석회를 넣고 미리 갈아둬야 거름이 안정되어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세 작물 모두 물이 고이는 땅을 아주 싫어합니다. 이랑을 15~20cm 이상 높게 만들어 배수로를 확보하는 것이 병 예방의 절반입니다. 특히 마늘·양파는 겨울 동안 습한 땅에서 뿌리가 썩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배수만큼은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 심고 나서 한 달이 또 절반 — 물주기·솎기·웃거름
무는 씨 뿌린 뒤 싹이 트기까지 흙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첫 고비입니다. 8월 말은 아직 덥고 소나기도 오락가락하니, 가물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큰비가 예보되면 배수로를 한 번 더 살핍니다. 벼룩잎벌레는 싹이 올라오자마자 달려들어 떡잎에 구멍을 내니, 한랭사는 벌레가 붙은 다음이 아니라 파종 직후에 바로 씌우는 것이 요령이라고 합니다. 웃거름은 솎기를 마친 뒤 한 번, 뿌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는 파종 한 달 무렵 한 번, 이렇게 두 차례 포기 사이에 주면 됩니다. 마늘과 양파는 심은 해 가을에는 뿌리 내리는 것이 일이라 큰 손이 가지 않고, 웃거름은 이듬해 봄 2~3월에 주는 것이 보통이라고 해요. 결국 가을 텃밭은 '제 날짜에 심고, 첫 한 달을 지키면' 절반 이상 성공한 셈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밭이 없는데 화분에서도 되나요? A. 무와 마늘은 깊이 30cm 이상 되는 깊은 화분이나 자루 화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는 알타리무 같은 소형 품종이 화분에 더 맞고, 마늘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라 베란다 텃밭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양파는 겨울을 밖에서 나야 해서 아파트 베란다보다는 노지 쪽이 낫다고 해요.
Q. 씨마늘은 어디서 사나요? 마트에서 산 식용 마늘을 심으면 안 되나요? A. 종묘사나 재래시장 종자 가게에서 '씨마늘'로 파는 것을 사는 게 기본입니다. 식용 마늘도 심으면 싹은 납니다만, 저장 과정에서 싹 억제 처리가 됐거나 병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우리 지역에 맞는 한지형·난지형인지 알 수 없어서 수확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8개월 농사인 만큼 종자용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Q. 지금 8월 초에는 뭘 준비하면 되나요? A. 두 가지입니다. 김장무 씨앗을 미리 사두고 밭에 밑거름을 넣어 2주 뒤 파종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10월에 심을 마늘밭 자리에 퇴비를 넣어 미리 삭혀두는 것입니다. 씨마늘은 9월에 종묘사에 풀리기 시작하니 그때 좋은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Q. 무 씨앗을 늦게 뿌렸는데 만회할 방법이 없나요? A. 9월 중순을 넘기면 김장용 큰 무는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생육 기간이 짧은 알타리무나 솎음용 열무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해요.
Q. 마늘 싹이 겨울 전에 올라왔는데 얼어 죽는 것 아닌가요?
A. 심은 지 23주면 싹이 510cm쯤 올라오는 것이 정상이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합니다. 다만 12월까지 한 뼘 넘게 웃자랐다면 너무 일찍 심었다는 신호라서, 왕겨나 짚으로 덮어 보온해주면 월동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Q. 무 씨앗은 아무거나 사면 되나요? A. 봉투에 '가을무·김장무'라고 적힌 가을 재배용 품종을 골라야 합니다. 봄무 품종을 가을에 심으면 뿌리가 제대로 들지 않는다고 하니, 종묘사에서 파종 적기가 8~9월로 표기된 것을 확인하고 사시기 바랍니다.
■ 정리하면
· 김장무는 8월 중순말 직파(중부 기준), 옮겨심기 불가, 30cm 간격 점뿌림 후 솎기, 11월 수확.
· 마늘은 중부 10월 중하순·남부 9월 말10월, 굵고 상처 없는 씨마늘을 뾰족한 쪽 위로 57cm 깊이, 이듬해 6월 수확.
· 양파는 텃밭이면 10월 말11월 초 모종 정식이 실속, 역시 이듬해 6월 수확.
· 셋 다 심기 2주 전 밑거름, 높은 이랑으로 배수 확보가 기본.
가을 텃밭은 날짜 싸움입니다. 달력에 오늘 바로 동그라미 쳐두시고, 회원님들 계신 지역에서는 언제 심으시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지역별 정보가 쌓여서 서로 큰 도움이 됩니다. 씨앗과 씨마늘 준비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김장 밭 병충해 관리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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