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도 막바지에 접어들면 봄부터 화단을 지키던 페튜니아, 사피니아 같은 여름 꽃들이 슬슬 힘을 잃습니다. 꽃은 드문드문해지고 줄기는 웃자라서, 화단이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여기서 화단 농사를 접으시는데, 원예를 오래 하신 분들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두 번째 시즌이라고 말합니다. 9월에 가을꽃 모종을 심으면 서리 내릴 때까지, 종류에 따라서는 눈 속에서도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심는 꽃 모종을 종류별로, 심는 법과 월동 여부까지 한 번에 정리해봤습니다.

■ 가을 화단 교체, 언제 하면 좋은가

가을꽃 모종 심기의 적기는 9월 초순부터 10월 초순까지라고 합니다. 한낮 더위가 한풀 꺾여 모종이 몸살을 덜 앓고, 서리가 오기 전까지 한두 달 뿌리 내릴 시간이 확보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이르면 늦더위에 모종이 지치고, 너무 늦으면 뿌리가 자리 잡기 전에 추위가 와서 월동이 어려워집니다. 화원과 꽃시장에는 8월 말9월 초부터 가을 모종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나온 직후에 사야 뿌리가 화분에 꽉 차기 전의 싱싱한 모종을 고를 수 있다고 해요. 모종 가격은 종류에 따라 한 포트에 5002,000원 선이라 열 포기를 심어도 만 원 안팎이면 화단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가을~겨울을 책임지는 대표 꽃들

첫손에 꼽히는 건 역시 팬지와 비올라입니다. 두 꽃은 형제 같은 사이인데, 꽃이 크고 화려한 쪽이 팬지, 꽃은 작지만 송이 수가 많고 추위에 더 강한 쪽이 비올라입니다. 둘 다 영하 추위에도 견디는 대표적인 내한성 꽃이라, 가을에 심으면 초겨울까지 꽃을 피우다 한겨울엔 잠시 멈추고, 이듬해 봄에 다시 왕성하게 피어납니다. 서리를 맞아 꽃잎이 얼었다가도 해가 나면 되살아나는 모습 때문에 "겨울 화단의 주인공"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팬지 심기는 9월 중하순부터가 좋은데, 늦더위가 남은 9월 초에 심으면 오히려 녹아버리는 경우가 있어 밤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를 권합니다.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화도 있습니다. 화단용으로는 키가 작고 둥글게 자라는 소국 계열이 인기인데, 9월에 꽃봉오리가 맺힌 모종을 사다 심으면 1011월 내내 풍성한 꽃을 봅니다. 국화는 여러해살이라 꽃이 진 뒤 줄기를 잘라두면 이듬해 다시 올라오는 점도 매력입니다. 보라색 들국화 느낌의 아스타는 910월에 피는 가을꽃으로 국화와 색 조합이 좋고, 역시 여러해살이입니다. 붉은색 계열을 원하시면 샐비어가 있습니다. 샐비어는 서리가 오면 생을 마치는 한해살이지만, 첫서리 전까지 화단에 강렬한 붉은 기둥을 세워줍니다. 이 밖에 알록달록한 잎을 보는 꽃양배추(잎모란)는 추워질수록 색이 진해져 초겨울 화단용으로 많이 심고, 천일홍·메리골드도 가을까지 꽃이 이어지는 든든한 조연입니다.

■ 월동 되는 꽃, 안 되는 꽃 구분해두세요

가을 모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월동 여부입니다. 팬지·비올라·꽃양배추는 노지 월동이 되는 그룹으로, 한 번 심으면 봄까지 화단을 지킵니다. 국화·아스타는 지상부는 얼어 죽어도 뿌리가 살아남아 이듬해 다시 올라오는 여러해살이 그룹입니다. 반면 샐비어·메리골드·천일홍은 서리와 함께 끝나는 한해살이 그룹이라, 서리 예보가 나오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그 자리를 월동 그룹이나 구근으로 채우는 게 요령입니다. 이렇게 세 그룹을 섞어 심으면 서리 이후에도 화단이 통째로 비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월동력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남부 지방에서는 무난히 겨울을 나는 꽃도 중부 내륙의 노지에서는 한파에 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부권이시라면 늦가을에 낙엽이나 짚, 왕겨를 포기 주변에 덮어 뿌리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보험을 들어두시면 됩니다.

■ 모종은 어디서, 어떻게 골라야 하나

가을 모종은 동네 화원, 대형 꽃시장, 지역 오일장, 인터넷 원예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동네 화원은 한 포트에 1,0002,000원 선으로 값은 조금 있지만 상태를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고, 꽃시장이나 오일장은 5001,000원 선으로 저렴한 대신 이른 아침에 가야 좋은 모종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은 열 포기 단위 묶음이 저렴하지만 배송 중 며칠 어두운 상자에 있었던 만큼, 도착 즉시 꺼내 반그늘에서 하루 이틀 적응시킨 뒤 심는 게 요령입니다. 고르는 기준은 어디서 사든 같습니다. 꽃보다 봉오리가 많은 것, 잎 색이 진하고 아래 잎이 누렇지 않은 것, 줄기 마디가 짧아 다부진 것, 그리고 잎 뒷면에 벌레나 반점이 없는 것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 심는 간격과 물주기, 이것만 지키면 됩니다

심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흙을 한 뼘 깊이로 부드럽게 갈고 퇴비를 한 줌씩 섞은 뒤, 모종 포트보다 약간 크게 구덩이를 파고 뿌리 흙이 부서지지 않게 옮겨 심습니다. 간격이 중요한데, 팬지·비올라는 1520cm, 소국과 아스타는 다 자란 폭을 고려해 30cm 안팎을 띄우는 게 기준입니다. 붙여 심으면 당장은 풍성해 보여도 통풍이 나빠져 곰팡이병이 오기 쉽다고 해요. 심은 직후에는 물을 흠뻑 주고, 이후에는 겉흙이 말랐을 때 아침에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을엔 봄여름보다 물 마름이 느려서, 여름 습관대로 매일 주면 오히려 과습으로 뿌리가 상합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시든 꽃을 부지런히 따 주는 게 비결인데, 씨앗 맺는 데 갈 힘을 새 꽃 피우는 데 돌려주는 원리라고 합니다. 비료는 심을 때 섞은 퇴비면 기본이 되고, 꽃이 이어지는 동안 23주에 한 번 묽은 액체비료를 더해주면 꽃 수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 봄까지 이어지는 화단 설계 — 구근과 짝을 지으세요

가을 화단을 한 수 위로 만들어주는 게 구근과의 조합입니다. 10~11월에 튤립·수선화·무스카리 같은 봄꽃 구근을 화단 아래에 심고, 그 위 표면에 팬지·비올라를 심는 이중 심기를 하면, 겨울엔 팬지가 화단을 지키고 봄엔 그 사이를 뚫고 튤립이 올라와 두 계절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구근 심는 깊이와 종류별 요령은 지난 봄꽃 구근 글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이번 가을 모종 심기와 묶어서 계획을 세워보시면 좋겠습니다.

배치에도 작은 요령이 있습니다. 화단 뒤쪽엔 키가 큰 아스타·샐비어, 가운데엔 소국, 맨 앞줄엔 키 낮은 팬지·비올라를 심는 키 순서 배치가 기본이고, 색은 세 가지 이내로 제한하는 게 오히려 정돈돼 보인다고 합니다. 노랑 팬지에 보라 아스타처럼 보색을 짝짓거나, 흰색을 사이사이 넣어 전체를 이어주는 조합이 실패가 적은 공식으로 통합니다.

■ 마당이 없어도 됩니다 — 화분·베란다 버전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화분과 베란다로 충분합니다. 팬지·비올라는 뿌리가 얕아 깊이 15cm 정도의 낮고 넓은 화분이면 되고, 긴 직사각형 플랜터에 세 포기씩 심어 난간이나 창가에 두면 훌륭한 겨울 창가 꽃이 됩니다. 다만 베란다 월동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는데, 유리를 닫아둔 따뜻한 베란다에서는 팬지가 웃자라고 꽃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팬지·비올라는 추위를 겪어야 다부지게 크는 꽃이라, 얼지 않을 정도의 서늘한 곳에서 햇빛을 하루 4~5시간 이상 보게 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국화 화분은 꽃이 진 뒤 줄기를 5cm쯤 남기고 잘라 베란다 구석에서 월동시키면 이듬해 또 꽃을 볼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씨앗으로 심는 것과 모종을 사는 것, 어느 쪽이 낫나요? A. 팬지·비올라 씨앗은 한여름에 파종해 두 달 넘게 길러야 해서 초보자에게는 난도가 높습니다. 가을에는 모종을 사서 심는 쪽이 실패가 적고, 비용도 몇천 원 차이라 모종을 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Q2. 모종 고를 때 꽃이 활짝 핀 걸 사는 게 좋은가요? A. 꽃이 다 핀 모종보다 봉오리가 많고 잎 색이 진하며 줄기가 단단한 모종이 심은 뒤 오래갑니다. 포트 바닥으로 뿌리가 심하게 빠져나온 것은 오래 묵은 모종이니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Q3. 팬지가 한겨울에 시들해졌는데 죽은 건가요? A. 대부분 죽은 게 아니라 쉬는 중입니다. 한파에 잎이 얼어 처졌다가도 날이 풀리면 다시 일어나는 게 팬지의 특징이라, 뽑지 말고 그대로 두시면 2~3월부터 다시 꽃이 붙기 시작합니다.

Q4. 가을에 심은 국화, 꽃이 진 뒤엔 어떻게 하나요? A. 꽃이 다 지면 줄기를 밑동에서 5~10cm 남기고 잘라줍니다. 노지는 낙엽이나 짚을 덮어 뿌리를 보호해주면 월동하고, 봄에 새순이 올라오면 포기나누기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Q5. 심은 지 얼마 안 된 모종이 시들시들합니다. 왜 그럴까요? A. 옮겨 심은 직후 며칠은 몸살을 앓는 게 보통입니다. 물을 흠뻑 주고 2~3일 반그늘처럼 관리하면 대개 회복됩니다. 일주일 넘게 처지면 과습이나 뿌리 손상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Q6. 서리 예보가 나왔는데 뭘 해야 하나요? A. 샐비어·메리골드 같은 한해살이는 정리하고, 팬지·비올라는 그대로 둬도 됩니다. 심은 지 얼마 안 된 모종이라면 첫서리 며칠만 부직포나 신문지를 밤에 덮어주면 뿌리 내릴 시간을 벌어줍니다.

■ 정리하면

  • 가을 모종 적기는 9월 초~10월 초, 팬지·비올라는 밤 기온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
  • 월동 그룹(팬지·비올라·꽃양배추), 뿌리 월동 그룹(국화·아스타), 한해살이 그룹(샐비어·메리골드)을 섞어 심기.
  • 간격은 팬지류 15~20cm, 국화류 30cm. 물은 겉흙 마르면 아침에.
  • 시든 꽃 따 주기가 꽃을 오래 보는 비결.
  • 구근 위에 팬지를 심는 이중 심기로 겨울~봄 화단을 한 번에 설계.
  • 베란다는 너무 따뜻하면 웃자람. 서늘하고 해 드는 자리가 정답.

올가을 화단이나 베란다에 어떤 꽃을 심으실 계획인가요? 심으신 모종 사진과 조합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나눠주시면 서로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팬지·비올라 모종과 심기용 퇴비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태그: 가을꽃, 팬지, 비올라, 국화모종, 화단가꾸기, 정원가꾸기, 5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