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올린 물꽂이 번식 글에서 가지를 잘라 물에 꽂는 번식을 정리해드렸는데, 그 글에 "다육이는 물에 꽂으면 물러버린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럼 다육이는 어떻게 늘리느냐, 오늘이 그 답입니다. 바로 잎꽂이예요. 줄기도 아니고 잎 한 장을 떼어 흙 위에 올려두면, 잎 끝에서 뿌리가 나오고 좁쌀만 한 새싹이 돋아 완전한 새 식물이 되는 번식법입니다. 처음 보면 신기해서 탄성이 나오는 방법인데, 되는 식물과 요령이 따로 있어서 모르고 하면 잎만 무르기 십상입니다. 잎꽂이가 되는 식물부터, 실패를 부르는 실수 다섯 가지, 그리고 성공 공식과 기다림의 시간표까지 정리해봤습니다.
■ 잎으로 늘어나는 식물은 따로 있습니다
대표 선수는 다육식물입니다. 에케베리아, 세덤(돌나물 사촌들), 흑법사, 백묘국 같은 통통한 잎의 다육이들이 잎꽂이의 왕도예요. 잎 한 장의 성공률이 높고 과정도 눈에 잘 보여 입문용으로 그만입니다. 둘째는 산세베리아. 긴 잎을 토막 내 꽂으면 토막마다 새순이 올라오는, 잎꽂이계의 대기만성형입니다. 셋째는 아프리칸바이올렛으로, 잎자루째 꽂으면 발밑에서 앙증맞은 새싹 무더기가 올라옵니다. 이 밖에 페페로미아, 금전수(자미오쿨카스)도 잎꽂이가 되는 식물로 꼽혀요. 반대로 스킨답서스나 몬스테라 같은 덩굴 관엽은 잎만 꽂으면 뿌리는 나와도 새싹이 안 나오니, 그쪽은 마디를 포함해 자르는 물꽂이가 정답입니다. 식물마다 늘리는 문이 다른 셈이죠.
■ 실수 ① 잎을 떼자마자 바로 꽂기 — 다육이는 말리는 게 먼저
다육이 잎꽂이 실패의 최대 원인입니다. 잎을 뗀 자리는 상처라서, 그 단면이 아물기 전에 흙에 꽂거나 물이 닿으면 상처로 물이 스며 잎이 무릅니다. 다육이 잎은 떼어낸 뒤 그늘에서 2~3일, 통통한 잎은 일주일까지 두어 단면이 뽀얗게 아문 것을 확인하고 흙 위에 올리는 것이 순서예요. 그리고 '꽂는다'는 말과 달리 다육이 잎은 흙에 찔러 넣는 게 아니라 마른 흙 위에 눕혀 올려두기만 하면 됩니다. 잎을 뗄 때도 요령이 있는데, 잡아 뜯지 말고 좌우로 살살 흔들어 밑동까지 온전히 분리해야 합니다. 밑동의 생장점이 찢겨나간 잎은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나오지 않아요.
■ 실수 ② 물을 자꾸 주기 — 잎이 가진 도시락이면 충분합니다
새 생명이니 물을 부지런히 줘야 할 것 같지만, 잎꽂이 초반의 물은 약이 아니라 독입니다. 다육이 잎은 제 몸에 저장한 수분, 말하자면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뿌리와 싹을 만들기 때문에, 뿌리도 없는데 흙이 축축하면 그저 무를 뿐이에요. 뿌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물을 주지 않거나 흙 표면이 촉촉할 정도로만 분무하고, 뿌리가 보인 뒤부터 분무를 조금씩 늘리다가, 새싹이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 일반 다육이 물주기로 넘어가면 됩니다. 어미 잎이 쪼글쪼글해지는 것은 도시락을 새싹에게 내어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산세베리아와 바이올렛도 과습이 최대의 적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 실수 ③ 볕 좋은 창가에 두기 — 아기 잎에 직사광선은 가혹합니다
다육이는 해를 좋아하니까, 하며 잎꽂이 트레이를 한여름 창가에 두면 잎이 익어버립니다. 뿌리 없는 잎은 수분을 보충할 길이 없어서 직사광선에 금방 쪼그라들어요. 잎꽂이 자리는 물꽂이와 마찬가지로 직사광선 없는 밝은 그늘이 정답입니다. 새싹이 나와 제법 다육이 꼴을 갖춘 뒤에 서서히 밝은 자리로 옮겨야 웃자라지 않고 통통하게 자랍니다.
■ 실수 ④ 너무 어리거나 상한 잎 고르기 — 재료가 절반입니다
줄기 꼭대기의 어린 잎은 아직 저장분이 적어 새싹을 키워낼 힘이 부족하고, 누렇게 상했거나 물러가는 잎은 꽂아도 그대로 삭습니다. 잎꽂이 재료는 줄기 아래쪽중간의 다 자란 잎, 도톰하고 흠 없는 잎이 좋아요. 분갈이하다 툭 떨어진 건강한 잎이야말로 최고의 재료이니, 다육이 분갈이하는 날이 곧 잎꽂이하는 날입니다. 산세베리아는 잎을 510cm 토막으로 자르되 위아래 방향이 바뀌면 뿌리가 안 나오니, 자르면서 아래쪽에 사선으로 표시를 해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 실수 ⑤ 아니, 무늬가 없어졌어요 — 산세베리아의 유명한 특성
가장자리에 노란 테두리가 있는 산세베리아를 잎꽂이하면, 새로 나온 순은 무늬 없는 초록 일색이 됩니다. 실패가 아니라 원래 그런 특성이에요. 노란 무늬는 이 품종 특유의 성질이라 잎 토막에서 새로 출발하는 개체에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늬까지 그대로 물려받으려면 잎꽂이가 아니라 포기나누기, 즉 분갈이 때 뿌리에서 올라온 새끼 포기를 나눠 심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초록 일색 산세베리아도 그 나름대로 늠름하니, 무늬에 뜻이 없다면 잎꽂이로 부담 없이 늘리시면 되고요.
■ 성공 공식으로 정리하면
① 다 자란 도톰한 잎을 좌우로 흔들어 밑동째 떼기 ② 다육이는 그늘에서 23일 단면 말리기 ③ 마른 흙 위에 눕혀 올리고, 뿌리 나올 때까지 물 참기 ④ 자리는 직사광선 없는 밝은 그늘 ⑤ 뿌리가 보이면 가는 분무부터 서서히 ⑥ 무늬 산세베리아는 포기나누기로. 시기는 물꽂이와 같아서 봄초가을이 적기이니, 지금이 딱 좋은 때입니다.

■ 기다림의 시간표 — 언제쯤 뭐가 보일까
잎꽂이는 물꽂이보다 호흡이 깁니다. 미리 알아두면 조바심에 파내보는 실수를 막을 수 있어요. 다육이는 잎을 올려두고 12주면 단면에서 분홍빛 실뿌리가, 34주면 좁쌀 같은 새싹이 보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새싹이 손톱만 해지고 어미 잎이 바싹 마르면 그때 작은 화분에 옮겨 심으면 돼요. 아프리칸바이올렛은 한 달 안팎에 뿌리, 두세 달째에 새싹 무더기가 올라옵니다. 산세베리아는 가장 느긋해서 뿌리까지 한두 달, 새순이 흙을 뚫고 나오기까지는 서너 달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몇 달째 감감무소식이어도 토막이 단단하고 초록이면 진행 중인 것이니 기다리시면 됩니다. 잎이 물러 검게 변했을 때만 실패로 보고 정리하면 돼요.
■ 새싹이 자리 잡은 뒤 — 아기 다육이 데뷔시키기
옮겨심기의 신호는 새싹 크기가 아니라 어미 잎 상태입니다. 어미 잎이 바싹 말라 저절로 떨어질 듯할 때가 도시락을 다 넘겨준 시점이라, 이때 새싹을 뿌리째 살살 들어 지름 57cm 작은 화분에 옮기면 됩니다. 어미 잎이 아직 통통한데 서둘러 떼어내면 새싹이 힘을 잃으니, 지저분해 보여도 그대로 두는 것이 요령이에요. 옮겨 심은 뒤 일주일쯤 물을 참았다가 흙이 마르면 주는 다육이 물주기로 넘어가고, 자리는 여전히 밝은 그늘에서 시작해 23주에 걸쳐 서서히 볕 자리로 옮깁니다. 갑자기 직사광선에 내놓으면 아기 잎이 데니, 이 완만한 이사가 통통한 수형을 만드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여러 품종을 한 트레이에서 함께 하고 있다면 잎 옆에 이름표를 꽂아두세요. 아기 다육이는 품종 구분이 어려워, 이름표 없이는 나중에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되기 십상입니다. 잎 한 장에서 시작한 아이가 어미와 같은 도톰한 장미 모양을 갖추기까지는 반년에서 1년쯤 걸리는데, 겨울을 한 번 난 봄의 아기 다육이는 제법 화분 주인 태가 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흙은 아무거나 되나요?" 다육이는 배수 좋은 다육·선인장용 흙이나 마사토 섞인 흙이 좋고, 바이올렛은 가벼운 원예 상토면 됩니다. 트레이나 낮은 접시에 흙을 얕게 깔면 여러 장을 한 번에 관리하기 편해요.
"잎 몇 장으로 시작할까요?" 열 장을 권합니다. 잎꽂이는 원래 성공률이 절반 안팎이라, 여러 장을 올려두면 그중 실한 것들이 남는 방식이에요. 재료가 잎 한 장이니 부담도 없습니다.
"겨울에 해도 되나요?" 휴면기라 성공률이 뚝 떨어집니다. 지금 시작해 가을까지 새싹을 받고, 겨울은 따뜻한 실내에서 그대로 넘기는 일정이 무난해요.
"뿌리만 나오고 몇 달째 싹이 안 나와요." 뿌리와 싹은 나오는 자리가 달라서, 밑동 생장점이 상한 잎은 뿌리만 내리고 싹은 끝내 못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어 달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면 그 잎은 정리하고, 다음에는 잎을 뗄 때 좌우로 흔들어 밑동째 온전히 떼는 데 더 신경 쓰면 돼요.
"잎을 떼어낸 어미 포기는 괜찮은가요?" 괜찮습니다. 잎 몇 장 내어준 자리는 깔끔하게 아물고, 아래 잎을 정리한 셈이 되어 통풍이 좋아지기도 해요. 다만 한 번에 절반 넘게 떼면 어미가 힘들어하니, 한 포기에서 서너 장씩만 얻는 것이 서로에게 무리가 없습니다.
"다육이도 물꽂이가 정말 안 되나요?" 통통한 잎 다육이는 물에 닿으면 무르기 쉬워 흙 위 잎꽂이가 정석입니다. 예외가 산세베리아인데, 잎 토막을 물에 꽂아 뿌리를 받는 분들도 있어요. 다만 물에서 나온 뿌리는 흙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 처음부터 흙에 꽂는 쪽이 결과적으로 빠르다는 평이 많습니다.
"잎이 쪼글쪼글해지기만 하고 뿌리가 안 나와요." 잎이 마르는 속도가 뿌리 나오는 속도보다 빠른 경우로, 건조한 실내나 에어컨 바람이 닿는 자리에서 잘 생깁니다. 트레이를 바람 직격이 없는 자리로 옮기고 흙 표면에만 가볍게 분무해 주변 습도를 올려주면 버티는 힘이 생겨요. 잎이 아직 단단하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한 잎에서 싹이 두세 개 나왔어요. 나눠야 하나요?" 다육이는 한 잎에서 새싹이 여럿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어릴 때 억지로 나누면 다 다치니 그대로 키우다가, 옮겨 심을 때쯤 뿌리가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만 나누고 붙은 것은 한 화분에 같이 심으면 돼요. 붙여 키운 포기는 그 나름대로 소담한 모양이 됩니다.
잎 한 장이 화분 하나가 되는 데 두어 달, 그 느린 시간표가 잎꽂이의 매력입니다. 트레이에 잎을 나란히 올려두고 아침마다 들여다보는 재미는 물꽂이 유리병 못지않아요. 새싹 인증 사진과 성공·실패담을 꽃, 식물 공간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 잎꽂이용 트레이와 다육이 흙은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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