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는 심고 나서 90일을 기다려야 하고, 당근은 100일이 걸립니다. 그 긴 기다림 사이에 밥상을 책임져 줄 채소가 필요한데, 그 답이 열무와 쑥갓입니다. 씨 뿌리고 한 달이면 밥상에 오르는, 텃밭 작물 중 가장 빠른 축에 드는 두 가지입니다. 8월 말에 뿌리면 9월 말 열무김치가 나오고, 9월에 또 뿌리면 10월에 또 나옵니다. 게다가 둘 다 씨앗값 몇천 원이면 되고 모종도 필요 없어, 김장 밭 자투리 이랑을 놀리지 않는 데 이만한 조합이 없습니다. 열무 심는시기는 사실상 지금부터 9월까지가 가을 적기라, 이번 주에 준비해 두면 가을 내내 이어 먹을 수 있습니다. 파종부터 솎음 수확, 벌레 대비, 연속 파종 요령까지 정리해봤습니다.
■ 한 달 만에 먹는 채소 — 열무와 쑥갓의 시간표
열무는 어린 무라는 뜻 그대로, 뿌리를 굵히지 않고 잎줄기를 먹는 무입니다. 뿌리 기다릴 일이 없으니 파종 후 2535일이면 수확이 됩니다. 쑥갓은 더 만만해서 2030일이면 잎을 따기 시작합니다. 여름에도 되지만 한여름 열무는 사나흘 만에 웃자라고 벌레가 극성이라, 아침저녁 서늘해지는 8월 말부터가 오히려 초보에게 성공률이 높은 계절입니다. 가을 열무는 천천히 야무지게 자라 조직이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하고, 쑥갓은 서늘해야 향이 진해집니다. 두 작물 모두 김장 전 텃밭의 공백기를 메우는 최고의 징검다리인 셈입니다.
■ 파종 — 이랑 하나면 충분합니다
파종법은 단순합니다. 이랑을 부드럽게 고르고 줄 간격 1520cm로 얕은 골을 낸 뒤, 열무는 12cm 간격으로 줄뿌림하고 흙을 1cm 못 되게 덮습니다. 쑥갓은 빛이 있어야 싹이 잘 트는 편이라 흙을 5mm 정도로 더 얇게 덮는 것이 요령입니다. 물을 흠뻑 주면 열무는 23일, 쑥갓은 57일이면 싹이 올라옵니다. 밑거름은 가볍게 해도 됩니다. 한 달 살이 작물이라 거름을 많이 먹을 새도 없고, 김장 배추 심고 남은 퇴비 반 포대면 몇 이랑이 됩니다. 열무는 배게 뿌렸다가 솎아 먹는 것이 정석이니 씨앗을 아끼지 말고 넉넉히 뿌리는 편이 낫습니다. 화분이나 스티로폼 박스라면 깊이 20cm면 되니 베란다 재배도 무리가 없습니다.
■ 솎음이 곧 수확 — 버리는 포기가 없습니다

열무 재배의 재미는 솎음에 있습니다. 싹이 빽빽이 올라오면 본잎 23장 때 한 번, 손가락 길이쯤 됐을 때 또 한 번 솎는데, 이 솎은 것이 그대로 반찬거리입니다. 어린 솎음 열무는 데쳐서 된장에 무치거나 국에 넣고, 좀 더 자란 것은 겉절이가 됩니다. 최종 간격을 710cm로 맞추고 남긴 포기는 30일 전후에 뿌리째 뽑아 본수확을 합니다. 결국 파종에서 한 달 동안 세 번을 거둬 먹는 셈이라, 버리는 포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쑥갓은 뽑는 대신 따는 작물입니다. 키가 15cm쯤 되면 원줄기 끝을 순지르기 하듯 잘라 먹는데, 그러면 겨드랑이에서 곁가지가 두세 개씩 나와 다시 자랍니다. 한 번 심어 두고 가을 내내 잎을 따 먹을 수 있으니, 쑥갓 한 줄이면 국 끓일 때마다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 벌레 대비 — 열무 농사의 유일한 고비
가을 열무의 고비는 딱 하나, 벌레입니다. 열무는 배추과라 벼룩잎벌레와 청벌레가 배추 못지않게 달려들고, 잎에 구멍이 숭숭 나면 김치 담글 마음이 반은 꺾입니다. 가장 확실한 대비는 파종 직후 한랭사(방충망 터널)를 씌우는 것입니다. 벌레가 알을 낳으러 들어올 길을 처음부터 막는 방식이라, 씌운 밭과 안 씌운 밭은 잎 상태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김장 배추에 한랭사를 쓰실 계획이라면 열무 이랑까지 이어 씌우면 자재비도 아낍니다. 이미 벌레가 붙었다면 아침 이슬 있을 때 손으로 잡거나 텃밭용 친환경 약제를 쓰되, 수확까지 기간이 짧은 작물이니 약제 사용은 최소로 하고 처음부터 막는 쪽에 힘을 싣는 것이 맞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쑥갓입니다. 쑥갓은 국화과라 특유의 향 때문에 벌레가 거의 붙지 않아, 열무 옆에 나란히 심으면 벌레를 덜 타게 돕는 궁합 작물로도 통합니다.
■ 활용 — 열무김치와 쑥갓 한 단의 쓰임새

9월 말 첫 수확 열무로는 역시 열무김치입니다. 가을 열무는 풋내가 덜해 살짝 절여 밀가루풀이나 찹쌀풀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액젓으로 시원하게 담그면 되는데, 익기 전에 국수 말아 먹을 생각에 담그는 날부터 설렌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는 열무는 데쳐 냉동해 두면 겨울 된장국 건더기가 됩니다. 쑥갓은 쓰임이 더 넓습니다. 어린잎은 샐러드와 쌈으로, 자란 잎은 매운탕과 어묵탕 마무리로, 데쳐서 두부와 무치면 나물이 됩니다. 시장에서 한 단씩 사던 채소들이 밭에서 필요한 만큼만 끊어 오는 채소가 되는 것, 이것이 한 달 농사의 보람입니다.
■ 연속 파종 — 가을 내내 끊이지 않게
열무와 쑥갓의 진짜 요령은 한 번에 다 뿌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랑 하나를 세 토막으로 나눠 8월 말, 9월 중순, 9월 말10월 초 이렇게 23주 간격으로 나눠 뿌리면, 앞 토막을 뽑아 먹을 때쯤 뒷 토막이 자라 올라 10월 말까지 수확이 끊이지 않습니다. 김장 직전까지 밥상 채소를 밭에서 대는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다만 10월 파종분은 기온이 낮아 40일 이상 걸리고 서리에 약해지니, 중부 지방은 9월 말 파종을 마지막 회차로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씨앗 봉투는 개봉 후 밀봉해 서늘한 곳에 두면 다음 회차에 그대로 쓰면 됩니다.
■ 물주기와 웃거름 — 짧은 농사일수록 물이 성적입니다
한 달 만에 크는 작물은 하루하루의 물이 곧 품질입니다. 발아 전에는 흙 표면이 마르지 않게 아침마다 물뿌리개로 가볍게 적시고, 싹이 튼 뒤에는 2~3일에 한 번 흠뻑 주는 리듬으로 넘어갑니다. 특히 열무는 수분이 부족하면 잎줄기가 뻣뻣해지고 매운맛이 강해지는 작물이라, 볕 좋은 날이 이어질 때 물을 거르면 김치 맛에서 바로 표가 난다고 합니다. 반대로 저녁 늦게 잎이 흠뻑 젖도록 주는 물은 밤새 잎을 적셔 병을 부르니, 물은 되도록 오전에 포기 밑동 쪽으로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웃거름은 사실상 없어도 되는 작물이지만, 파종 보름쯤 지나 잎색이 눈에 띄게 옅어졌다면 액비를 물에 타서 한 번 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거름이 과하면 잎만 무성하고 연약해져 오히려 벌레를 더 탑니다. 쑥갓은 순지르기로 오래 따 먹는 작물이라 사정이 조금 다른데, 수확이 두어 번 지난 뒤 액비를 주면 곁가지 올라오는 힘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열무가 웃자라서 키만 크고 잎이 얇습니다. A. 빽빽한데 솎지 않았거나 늦더위에 너무 일찍 뿌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솎음 간격만 지켜도 줄기가 통통해지고, 8월 파종분은 한랭사로 볕을 한 겹 걸러주면 한결 낫습니다.
Q2. 쑥갓 꽃대가 올라왔는데 어떻게 하나요? A. 꽃대가 서면 잎이 억세지니 그 포기는 순을 쳐서 마지막으로 거두면 됩니다. 가을 재배는 봄보다 꽃대가 덜 서는 편이고, 노란 쑥갓 꽃은 보고 즐기다 뽑아도 됩니다.
Q3. 열무 뿌리가 무처럼 굵어졌습니다. 먹어도 되나요? A. 됩니다. 수확이 늦어지면 뿌리가 잔무처럼 굵어지는데, 알타리무처럼 뿌리째 김치를 담그면 별미입니다. 다만 잎은 억세지니 다음부터는 30일 전후로 거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4. 김장 배추 옆 이랑에 심어도 되나요? A. 됩니다. 오히려 한랭사를 같이 씌우기 좋아 실속 배치입니다. 다만 열무도 배추과라 배추 벌레와 손님이 같으니, 방충 관리는 한 묶음으로 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Q5. 씨를 뿌렸는데 발아가 듬성듬성합니다. A. 흙을 두껍게 덮었거나 발아기에 물이 말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쑥갓은 빛을 좋아하는 씨앗이라 깊이 묻히면 그대로 실패합니다. 빈자리에는 씨앗을 다시 뿌리면 되는데, 워낙 빠른 작물이라 일주일 늦게 뿌려도 수확이 일주일 밀릴 뿐 문제가 없습니다. 씨앗 봉투의 채종 연도가 오래됐다면 발아율 저하도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Q6. 베란다 화분 열무가 키만 크고 흐물흐물합니다. A. 빛 부족으로 웃자란 것입니다. 열무는 하루 4~5시간 이상 해가 드는 자리라야 잎줄기가 단단해집니다. 해가 짧은 베란다라면 열무보다는 반그늘을 견디는 쑥갓 쪽 비중을 늘리는 것이 결과가 좋습니다.
Q7. 10월에 뿌린 열무가 자라다 말았습니다. 서리 맞으면 끝인가요? A. 가벼운 서리 한두 번은 견디고 오히려 맛이 순해지지만, 된서리가 이어지면 잎이 상합니다. 자람이 더뎌도 뽑아 보면 먹을 만한 크기인 경우가 많으니, 서리 예보가 이어지기 전에 크기와 상관없이 거둬 겉절이나 국거리로 쓰는 것이 남는 선택입니다.
Q8. 솎은 열무가 한꺼번에 많이 나오는데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A. 씻지 않은 채 신문지에 싸서 냉장하면 2~3일은 싱싱합니다. 그 안에 못 먹을 양이면 소금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짜고 한 끼 분량씩 나눠 냉동해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쑥갓은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 용기에 세워 두면 시들지 않고 사나흘 갑니다.
■ 정리하면
- 열무 25
35일, 쑥갓 2030일. 텃밭에서 가장 빠른 수확입니다. - 파종 적기는 8월 말
9월. 23주 간격 연속 파종으로 가을 내내 거둡니다. - 솎음이 곧 수확, 한 달에 세 번 먹는 작물입니다.
- 열무는 배추과라 한랭사 필수, 쑥갓은 벌레 안 타는 궁합 작물.
- 쑥갓은 순지르기로 곁가지를 받아 한 포기로 오래 따 먹습니다.
- 9월 말 파종이 중부 기준 마지막 회차입니다.
김장 밭 준비하시면서 자투리 이랑에 열무 한 줄 넣으실 분 계신가요. 열무김치 양념 비율이나 쑥갓 활용 반찬 아이디어도 댓글로 나눠주세요. 열무·쑥갓 씨앗과 한랭사 같은 자재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김장의 마지막 조각, 대파 모종 가을 심기를 다뤄보겠습니다.
태그: 열무심는시기, 열무재배, 쑥갓키우기, 가을파종, 가을텃밭, 텃밭가꾸기, 5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