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8월도 벌써 초순이 지나가네요. 아직 한낮엔 덥지만, 텃밭 하는 사람들한테 8월은 봄만큼 바쁜 달이에요. 바로 김장배추 때문입니다.

먼저 배추 농사에서 제일 흔한 실패담부터 말씀드릴게요. "배추야 뭐, 심으면 크겠지" 하고 9월 중순 넘어서 모종을 심는 경우인데요. 배추가 자라긴 자라는데… 11월이 되어도 속이 안 찹니다. 잎은 사방으로 퍼져 있는데 가운데가 텅 빈, 말하자면 '겉절이용 배추'가 되는 거예요. 김장하려고 스무 포기 심었다가 결국 시장에서 절임배추를 샀다는 이야기, 텃밭 하는 분들 사이에서 정말 흔합니다. 경험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배추 농사는 실력보다 '달력'이 8할이라는 거예요. 배추는 심는 날짜가 늦으면 그 뒤에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만회가 안 됩니다. 속이 차는(결구) 시기에 기온이 맞아야 하는데, 늦게 심으면 속 차기 전에 추위가 와버리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김장배추 일정을 달력째 정리해 드립니다. 이대로만 하시면 올해 김장 배추값은 아끼실 수 있어요.

■ 김장배추 달력 (중부지방 기준)

  • 8월 초~중순: 씨앗 파종 (모종 직접 키우실 분만)
  • 8월 말~9월 5일 전후: 모종 정식 (밭이나 화분에 옮겨 심기) ← 제일 중요한 날짜!
  • 9월 내내: 웃거름 + 벌레와의 전쟁
  • 10월: 속이 차기 시작 (결구기), 물 관리 중요
  • 11월 중순~하순: 수확, 김장!

남부지방은 여기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늦춰 잡으시면 되고요(정식 9월 5일~15일), 강원 산간처럼 추위가 빨리 오는 곳은 오히려 일주일 당겨야 합니다. 헷갈리면 동네 종묘사나 농협에 "여기는 배추 모종 언제 심어요?" 물어보시는 게 제일 정확해요. 그 동네 날씨는 그 동네 분들이 제일 잘 압니다.

씨앗부터 키울까, 모종을 살까 고민되시죠? 처음이시라면 무조건 모종 구매를 권합니다. 씨앗은 한 봉지에 몇천 원으로 저렴하지만 한여름 폭염에 육묘하는 게 은근히 어렵고, 실패하면 다시 할 시간이 없어요. 모종은 한 포기에 500~1,000원 정도인데, 이미 20일을 잘 자란 상태로 오니까 실패 확률이 훨씬 낮습니다. 4인 가족 김장 기준으로 보통 20포기면 되는데, 벌레 피해나 죽는 것 감안해서 25포기쯤 여유 있게 심는 걸 추천드립니다.

■ 좋은 모종 고르는 법 — 여기서 반은 결정됩니다

종묘사에 가면 모종이 쫙 깔려 있는데, 아무거나 집으면 안 돼요. 고를 때 확인할 순서는 이렇습니다.

하나, 본잎이 4~5장 난 것. 너무 어린 것도, 포트 안에서 너무 오래돼 늙은 것도 안 좋아요. 둘, 줄기 마디가 짧고 통통한 것. 길쭉하게 웃자란 모종은 심어도 비실비실합니다. 셋, 잎 뒷면 확인. 진딧물이나 알이 붙어 있으면 그 판은 통째로 피하세요. 넷, 포트 밑으로 하얀 뿌리가 살짝 보이는 것. 뿌리가 검거나 갈색이면 안 됩니다.

품종은 이름보다 표시를 보세요. 요즘 모종엔 'CR'이라고 적힌 게 많은데, 이건 배추 최대의 골칫거리인 뿌리혹병에 저항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몇 년 연속 같은 자리에 배추 심으신 분들은 꼭 CR 품종으로 하세요. 속이 노란 품종(불암3호, 휘파람 같은 것들)이 김장용으로 인기가 많고요.

■ 심기 전 밭 준비 — 배추는 대식가입니다

배추는 채소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식가예요. 거름이 부족하면 속이 안 찹니다. 정식 2주 전쯤 밭에 퇴비를 넉넉히 넣고(1평에 퇴비 10kg 정도), 석회도 뿌려서 갈아엎어 주세요. 석회는 심기 직전에 뿌리면 오히려 뿌리를 상하게 하니 꼭 2주 전에요. 이미 시기를 놓치셨다면 완숙 퇴비만이라도 미리 섞어두시고요.

심는 간격은 포기 사이 40~45cm입니다. 처음엔 "이렇게 띄엄띄엄?" 싶을 만큼 휑한데, 11월엔 배추끼리 어깨가 부딪힐 만큼 커져요. 아깝다고 촘촘히 심으면 서로 그늘져서 다 같이 작아집니다. 첫해에 30cm 간격으로 심었다가 몽땅 '미니배추'를 만들었다는 실패담이 그래서 흔한 거예요.

심는 깊이는 모종 포트의 흙 높이 그대로. 깊이 묻으면 줄기가 썩고, 얕으면 쓰러져요. 심고 나서 물을 흠뻑 주고, 가능하면 흐린 날 오후에 심으세요. 뙤약볕 한낮에 심으면 모종이 몸살을 심하게 앓습니다. 심고 2~3일은 축 처져 보여도 정상이니 놀라지 마시고요.

베란다나 옥상에서도 김장배추 됩니다. 대신 화분이 깊이 30cm 이상, 지름도 30cm 이상은 되어야 하고, 한 화분에 딱 한 포기입니다. 스티로폼 박스(바닥에 구멍 뚫고)도 훌륭한 배추 화분이 돼요. 흙은 마당 흙 말고 원예용 상토에 퇴비 섞어 쓰세요.

■ 심자마자 해야 할 일 — 한랭사 터널

배추 농사의 두 번째 고비는 벌레입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청벌레), 벼룩잎벌레, 진딧물… 9월 배추밭은 벌레들한테 뷔페예요. 약을 치는 방법도 있지만, 김장으로 먹을 거라 약 치기 싫으신 분들이 많죠. 그래서 한랭사(그물망) 터널을 강력 추천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모종 심은 줄 위로 활대(반원 지지대)를 60~70cm 간격으로 꽂고, 그 위에 한랭사를 씌운 뒤 가장자리를 흙으로 꾹꾹 눌러 덮으면 끝. 핵심은 '심은 그날 바로' 씌우는 겁니다. 하루 이틀 미루면 그새 나비가 알을 낳고 가요. 그럼 그물 안에서 애벌레가 편안하게 배추를 드시게 됩니다… 한랭사는 벌레만 막는 게 아니라 초가을 강한 볕과 갑작스러운 소나기에서도 어린 모종을 지켜줘서 일석삼조예요.

이미 벌레가 붙었다면, 청벌레는 아침에 잎 뒷면을 보면서 손으로 잡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좀 징그럽지만 몇 마리 안 돼요. 진딧물은 물을 세게 쏘아 떨어뜨리거나 난황유(계란 노른자+식용유 섞은 것)를 뿌려주시고요.

■ 심고 나서 첫 2주가 고비 — 활착 관리

모종을 옮겨 심으면 배추도 이사 몸살을 앓습니다. 뿌리가 새 흙에 자리 잡는 걸 '활착'이라고 하는데, 이 첫 2주를 어떻게 보내느냐로 그해 배추 농사의 절반이 정해져요.

물은 심은 직후 흠뻑 준 다음, 활착 전까지는 흙 표면이 마르면 바로바로 주세요. 아직 뿌리가 짧아서 스스로 물을 찾아 먹지 못하는 시기거든요. 2주쯤 지나 새 잎이 서기 시작하면 활착 성공입니다. 그때부터는 매일 찔끔이 아니라 '마르면 한 번에 흠뻑' 방식으로 바꿔주세요. 그래야 뿌리가 물을 찾아 깊이 내려가서 튼튼해집니다.

8월 말~9월 초는 아직 한낮 볕이 매섭습니다. 심고 사나흘쯤 낮에 축 처지는 건 정상인데, 아침에도 처져 있으면 물 부족이에요. 볕이 유난한 날은 신문지나 차광망으로 한낮만 그늘을 만들어줘도 몸살이 훨씬 덜합니다. 그리고 심은 지 일주일 안에 죽거나 녹아버린 포기는 미련 없이 빼고 여분 모종으로 바로 때우세요. 9월 10일 안쪽이면 다시 심어도 따라잡습니다. 이래서 모종을 여유 있게 사두는 거예요.

■ 내친김에 김장 세트 완성 — 무와 쪽파도 지금입니다

배추 심으러 가신 김에 알아두시면 좋은 게, 김장 무와 쪽파도 파종 시기가 딱 지금이라는 거예요.

김장 무는 모종이 아니라 씨앗을 바로 뿌립니다(직파). 무는 뿌리 작물이라 옮겨 심으면 뿌리가 갈라져요. 중부 기준 8월 중순~말에 씨앗을 30cm 간격으로 서너 알씩 점뿌림하고, 싹이 나면 제일 실한 놈 하나만 남기고 솎아냅니다. 배추와 마찬가지로 늦으면 무가 잔뿌리만 남으니 시기를 지켜주세요.

쪽파는 씨쪽파(종구)를 8월 말9월 초에 심으면 김장 때 딱 맞춰 수확합니다. 뾰족한 쪽을 위로 해서 23cm 깊이로 촘촘히 심으면 끝. 김장 양념에 들어가는 쪽파를 내 밭에서 뽑아 쓰는 맛이 아주 좋다고들 하시죠. 배추 20포기 + 무 열댓 개 + 쪽파 한 줄이면 김장 재료 밭이 완성이에요.

■ 9~10월 관리: 웃거름 세 번, 물은 꾸준히

배추는 심고 끝이 아니라 자라는 내내 밥을 줘야 합니다. 웃거름은 정식 후 15일 간격으로 세 번 정도. 포기에서 한 뼘쯤 떨어진 곳에 얕게 골을 파고 비료 한 줌 넣고 흙을 덮으면 됩니다. 줄기에 바짝 붙여 주면 비료가 닿아 데이니 꼭 떨어뜨려서요.

10월에 속이 차기 시작하면 물이 정말 중요해집니다. 이 시기에 물이 부족하면 속이 덜 차고, 반대로 흠뻑흠뻑 잘 주면 배추가 묵직해져요. 비가 일주일 넘게 안 오면 고랑에 물을 대주거나 아침에 충분히 주세요. 다만 배수가 안 되어 물이 고이면 무름병이 오니, 물빠짐도 같이 봐주셔야 합니다.

■ 수확과 김장

11월 중순쯤, 배추 위를 손으로 눌러봐서 단단하게 꽉 찼으면 수확입니다. 서리 한두 번 맞은 배추가 오히려 달아요. 다만 영하 3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파 예보가 있으면 그 전에 거두시고, 미처 못 거둘 땐 신문지나 부직포라도 덮어주세요. 수확은 칼로 밑동을 잘라서, 겉잎 두세 장은 떼지 말고 그대로 두면 보관할 때 속을 보호해 줍니다.

스무 포기 심어서 김장 담그는 날, 밭에서 바로 뽑은 배추를 반으로 쫙 갈랐을 때 노란 속이 꽉 차 있으면… 그 기분은 진짜 해본 사람만 압니다 ㅎㅎ 절임배추 사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히는 건 덤이고요.

■ 자주 묻는 세 가지 — 미리 답해드립니다

"모종이 심자마자 녹아 없어져요." 십중팔구 한낮 뙤약볕에 심었거나, 물이 부족했거나, 심을 때 뿌리 흙(뿌리분)이 부서진 경우입니다. 포트에서 뺄 때는 줄기를 잡아당기지 말고 포트를 뒤집어 톡톡 쳐서 흙째 빼세요. 그리고 흐린 날 오후 + 물 흠뻑, 이 공식만 지키면 거의 안 녹습니다.

"잎에 구멍이 숭숭 났어요." 범인은 거의 벼룩잎벌레 아니면 청벌레입니다. 작은 구멍이 총총하면 벼룩잎벌레, 큰 구멍에 가장자리까지 뜯겼으면 청벌레예요. 청벌레는 잎 뒷면을 뒤져 손으로 잡는 게 제일 빠르고, 이미 말씀드린 한랭사가 근본 대책입니다. 구멍 몇 개는 배추 크는 데 지장 없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11월인데 속이 안 차요." 원인은 셋 중 하나입니다. 늦게 심었거나, 거름(특히 결구기 웃거름)이 부족했거나, 10월에 물이 모자랐거나. 올해는 아쉽지만 속 덜 찬 배추도 겉절이·국거리로 충분히 맛있으니 다 드실 수 있고요, 내년에 이 글의 달력대로 다시 하시면 됩니다. 배추는 정직해서, 시기와 거름과 물만 맞으면 반드시 보답해요.

■ 마무리 — 딱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하나, 정식은 8월 말~9월 초(중부 기준), 늦으면 답 없음. 둘, 간격 40cm 이상, 거름은 넉넉히. 셋, 심은 날 바로 한랭사.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나머지는 배추가 알아서 큽니다.

모종이나 한랭사, 활대, 퇴비 같은 준비물이 번거로우시면 여가상회에서 김장배추 세트로 모아둔 것도 있으니 참고해 주시고요. 배추 심으신 분들은 '자유수다방'에 사진 올려주세요. 올가을엔 우리 다 같이 김장배추 자랑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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