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지난번에 올린 바둑 다시 두기 글은 젊을 때 바둑을 뒀던 분들을 위한 재입문 안내였는데요, "나는 생전 바둑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지금 시작해도 되나요?"라는 물음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답입니다. 바둑판 앞에 한 번도 앉아본 적 없는 분을 위한, 진짜 처음부터 배우는 바둑 두는법이에요. 미리 말씀드리면, 바둑 규칙은 딱 5가지뿐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나면 첫 판을 둘 수 있습니다.
■ 바둑이 어렵다는 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바둑은 '잘 두기'가 어려운 게임이지, '두는 법'은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장기는 말마다 움직임이 달라서 외울 게 많죠. 바둑은 돌이 흑과 백 두 가지뿐이고, 모든 돌이 똑같습니다. 규칙이 단순한 대신 그 안에서 나오는 수가 무궁무진해서 평생 즐기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시작하시면 됩니다.
■ 바둑 규칙 5가지 — 이게 전부입니다
① 흑과 백이 교대로, 줄이 만나는 교차점에 돌을 놓습니다. 바둑판의 칸 안이 아니라 선이 교차하는 점 위에 두는 게 장기·오목과 다른 첫 번째 특징이에요. 흑이 먼저 둡니다.
② 한 번 놓은 돌은 옮기지 못합니다. 장기처럼 말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놓은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한 수 한 수가 쌓여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게임이에요.
③ 상대 돌을 빈틈없이 둘러싸면 따냅니다. 돌 하나를 놓으면 상하좌우로 선이 뻗어 있죠. 이 선으로 이어진 옆자리(빈 교차점)를 그 돌의 '활로', 즉 숨구멍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이 숨구멍을 전부 막으면 내 돌은 잡혀서 판에서 들어내집니다. 여러 개가 붙어 있는 돌 무리도 마찬가지로, 무리 전체의 숨구멍이 다 막히면 통째로 따먹혀요. 바둑의 공격과 수비는 전부 이 숨구멍 싸움입니다.
④ 집이 많은 쪽이 이깁니다. '집'은 내 돌로 빙 둘러싼 빈 교차점을 말합니다. 판이 다 채워질 때쯤 서로 "이제 그만 두자" 하고 계가(집 계산)를 해서, 집 수가 많은 쪽이 승리예요. 돌을 많이 따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땅(집)을 많이 차지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 이게 바둑의 핵심입니다.
⑤ 같은 모양을 무한 반복하는 건 금지입니다(패 규칙). 서로 한 점씩 따내는 자리가 무한 반복되는 걸 막는 규칙인데, 처음엔 이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실전에서 만나면 그때 배우면 돼요.
정말 이게 전부입니다. 교대로 두고, 못 옮기고, 둘러싸면 따내고, 집 많으면 이기고, 반복 금지. 다섯 줄이에요.
하나만 덧붙이면, 나중에 '덤'이라는 말을 듣게 되실 겁니다. 흑이 먼저 두는 이점이 있어서, 계가할 때 백에게 몇 집을 보태주는 규칙이에요. 실력 차이가 나는 상대와는 약한 쪽이 미리 돌 몇 개를 깔고 시작하는 '접바둑'도 있습니다. 손주와 둘 때 아주 요긴한 제도죠. 둘 다 지금 외울 필요는 없고, 이런 게 있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 왕초보 용어, 이 다섯 개만 알아두세요
바둑 이야기를 들을 때 자주 나오는 말들입니다. 활로는 위에서 말한 돌의 숨구멍. 단수는 상대 돌의 숨구멍이 딱 하나 남아서 다음 수에 따낼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수!"라고 외치는 게 장기의 "장군!"과 비슷한 순간이에요. 따냄은 숨구멍을 다 막아 상대 돌을 들어내는 것. 집은 내 돌로 둘러싼 빈 곳이고, 계가는 대국이 끝난 뒤 서로의 집을 세는 일입니다. 이 다섯 개면 바둑 방송을 봐도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들립니다.
■ 오목과 뭐가 다른가요?
오목은 다섯 개를 먼저 나란히 놓으면 끝나는 '모양 만들기' 게임이고, 바둑은 판 전체의 땅을 나눠 갖는 '영토' 게임입니다. 판과 돌은 같아서 오목만 둘 줄 알아도 출발이 빠릅니다. 실제로 아이들 바둑교실에서도 오목으로 돌 놓는 감각부터 익히게 한다고 해요.
■ 배우는 순서 — 작은 판에서 놀이처럼
처음부터 19줄 정식 판에 앉으면 넓어서 막막합니다. 이 순서를 추천드려요.
1단계, 9줄 작은 판에서 시작합니다. 바둑 앱이나 접이식 바둑판 뒷면에 있는 9줄 판이면 됩니다. 한 판이 10분 안팎이라 부담이 없어요.
2단계, 따내기 연습 게임부터 합니다. '먼저 상대 돌을 하나 따내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예요. 집 계산 없이 숨구멍 막는 감각만 익히는 건데, 이게 규칙 ③을 몸에 붙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바둑교실에서도 이 놀이부터 시킵니다.
3단계, 집 개념을 익힙니다. 9줄 판에서 끝까지 둬보고 서로 집을 세어보세요. 처음엔 어느 게 내 집인지 헷갈리는 게 정상입니다. 몇 판 세다 보면 눈에 들어와요.
4단계, 미니 대국을 반복합니다. 9줄 판에서 재미가 붙으면 13줄, 그다음 19줄로 판을 키워가면 됩니다.
■ 도구 — 스마트폰이면 오늘 시작합니다
바둑판부터 살 필요 없습니다. 바둑 앱에 입문 모드가 잘 돼 있어서, 규칙을 퀴즈처럼 가르쳐주고 수준 조절되는 AI가 상대해줍니다. 사람한테 지면 민망한데 AI한테는 백 번 져도 괜찮잖아요 ㅎㅎ 유튜브에 '왕초보 바둑'을 검색하면 돌 놓는 법부터 시작하는 무료 강의도 쌓여 있습니다. 실물로 두고 싶으시면 접이식 바둑판에 플라스틱 돌 세트가 3~5만 원 선이에요. 오프라인으로 배우고 싶은 분들은 복지관·문화센터의 성인 바둑교실을 찾아보세요. 복지관은 무료거나 소액이고, 문화센터는 3개월 과정에 몇만 원 수준이 흔합니다. 혼자 앱과 씨름하는 것보다 진도가 빠르고, 무엇보다 또래 바둑 친구가 생긴다는 게 제일 큰 소득이에요.

■ 첫 판에서 꼭 겪는 상황 세 가지
미리 알고 가면 당황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첫째, 내 돌이 뭉텅 잡힙니다. 왕초보의 통과의례예요. 숨구멍 개념이 몸에 붙기 전엔 누구나 겪습니다. 돌 몇 개 잡히는 건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잡히기 전에 숨구멍이 두 개 이하로 줄면 조심하는 습관만 챙기면 됩니다.
둘째,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이 옵니다. 왕초보 요령은 '귀부터'입니다. 판의 네 모서리 근처가 적은 돌로 집을 짓기 제일 쉬운 곳이라, 프로들도 귀부터 시작해요. 귀 다음엔 변(가장자리), 중앙은 마지막. 이 순서만 기억하세요.
셋째,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둑은 서로 "더 둘 곳이 없다" 싶으면 그만 두자고 하고 집을 세면 끝이에요. 처음엔 그 시점을 몰라서 애매한데, 몇 판 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앱으로 두면 계가를 자동으로 해주니 걱정 없고요.
하루 15분 연습 루틴도 권해드립니다. 아침에 앱으로 따내기 문제 다섯 개(5분), 저녁에 9줄 판 AI 대국 한 판(10분). 이렇게 2주면 규칙이 손에 완전히 붙습니다.
■ 손주와 함께 배우면 최고의 공통 취미가 됩니다
요즘 아이들 두뇌 교육으로 바둑교실이 다시 인기입니다. 집중력과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고 학부모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요. 그래서 권해드리고 싶은 그림이, 조부모와 손주가 같이 배우는 바둑입니다. 같은 왕초보끼리 배우니 실력이 비슷해서 승부가 팽팽하고, 명절마다 이어질 공통 화제가 생기고, 스마트폰 대신 마주 앉는 시간이 생깁니다.
아이와 배울 때 순서는 오목 → 따내기 게임 → 바둑이 정석입니다. 오목으로 판에 익숙해지고, 따내기 놀이로 승부 재미를 붙이고, 그다음 집 짓기로 넘어가는 거죠. 아이가 이기는 판을 자주 만들어주는 게 오래가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규칙 다음 단계가 궁금하시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 한 달은 그저 많이 두면서 따내기와 집 감각을 붙이고, 그다음에 사활(돌이 사는 모양과 죽는 모양)을 문제 풀듯 익히고, 급수가 몇 계단 오른 뒤에 정석(귀에서 서로 최선을 다한 수순)을 조금씩 보는 겁니다. 처음부터 정석 책을 붙들면 재미가 꺾이니 순서를 지키세요.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가입해 18급부터 시작하는 급수 올리기, 그리고 하루 30분 루틴 같은 그다음 이야기는 재입문 글에 자세히 정리돼 있으니 규칙이 손에 붙으면 이어서 보시면 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나이 들어 시작해도 늘 수 있나요?" 늡니다. 기억력 승부가 아니라 이해와 경험이 쌓이는 게임이라, 꾸준히 두면 급수는 반드시 올라갑니다. 60대에 처음 배워서 몇 년 뒤 동네 대회에 나가는 분들 이야기가 드물지 않아요. 오히려 인생 경험에서 오는 침착함과 판 전체를 보는 눈은 어른이 유리한 부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얼마나 배우면 한 판 둘 수 있나요?" 규칙은 하루면 됩니다. 오늘 이 글로 이미 배우셨어요. 다만 '재미'가 붙는 데는 한 달쯤 걸립니다. 따내는 재미, 집 짓는 재미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그쯤이에요. 그 한 달만 넘기면 평생 취미가 됩니다.
"바둑판을 사야 하나요?" 앱으로 시작하면 0원입니다. 재미가 확인된 뒤에 실물 판을 들이세요. 손주 오는 집이라면 실물 판이 있는 게 확실히 좋긴 합니다.
"머리가 좋아야 하나요?" 반대입니다. 바둑을 두면서 머리를 쓰게 되는 거예요. 계산 잘하는 사람보다 꾸준히 두는 사람이 잘 두게 되는 게 바둑입니다.
■ 정리하면
바둑 두는법은 규칙 5가지가 전부입니다. ① 교차점에 교대로 ② 놓으면 못 옮김 ③ 숨구멍 다 막으면 따냄 ④ 집 많은 쪽이 승리 ⑤ 무한 반복 금지. 배우는 순서는 9줄 판 → 따내기 놀이 → 집 개념 → 미니 대국이고, 도구는 바둑 앱과 유튜브면 오늘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두다 놓으신 분들은 재입문 글(바둑 다시 두기)을 함께 참고하세요.
첫 판 두신 소감, 손주와 대국한 이야기를 바둑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왕초보끼리 서로 응원하는 맛이 있어야 오래갑니다. 입문용 바둑판 같은 용품은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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