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밑거름은 밥이고 웃거름은 간식입니다. 밥을 안 먹이고 간식만 주면 힘을 못 쓰고, 밥을 든든히 먹였어도 긴 농사철에 간식이 끊기면 뒷심이 달립니다. 텃밭 상담에서 "비료를 줬는데 왜 배추 속이 안 차나요"라는 질문을 받아보면 열에 일곱은 이 둘의 구분 없이 아무 때나 아무 거름을 준 경우입니다. 마침 지금은 배추 정식과 무 파종을 앞두고 밑거름을 넣을 바로 그 시기이고, 한 달 뒤면 웃거름 차례가 돌아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밑거름과 웃거름을 여섯 라운드에 걸쳐 정면 비교합니다. 정의와 목적, 시기, 종류, 위치, 과용 부작용을 차례로 겨루고, 마지막에 배추·무·마늘 작물별 정답표와 장보기 목록으로 정리해드립니다.

【라운드 1 — 정의와 목적: 기초 체력이냐, 순간 뒷심이냐】

밑거름은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밭 흙에 미리 섞어 넣는 거름입니다. 목적은 두 가지, 작물이 자라는 내내 천천히 녹아 나올 양분 창고를 만드는 것과 흙 자체를 부드럽고 물 빠짐 좋게 개량하는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역할이 중요해서, 밑거름으로 넣는 퇴비는 양분 공급보다 흙 개량 효과가 절반 이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반면 웃거름은 작물이 자라는 도중에 추가로 주는 거름으로, 생육이 왕성해지는 고비마다 부족해진 양분을 빠르게 보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배추가 속을 채우고 무가 뿌리를 굵히는 시기는 양분 소비가 폭발하는 때라, 밑거름 창고가 넉넉해도 웃거름 지원 없이는 마지막 스퍼트가 어렵습니다. 첫 라운드 판정은 무승부입니다. 역할이 다른 두 선수라 애초에 승부의 대상이 아니고, 둘 다 있어야 한 팀이 됩니다.

【라운드 2 — 주는 시기: 심기 1~2주 전이냐, 심고 보름 후냐】

밑거름의 시기는 파종·정식 12주 전입니다. 거름이 흙과 어우러져 가스가 빠지고 안정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심는 날 급하게 넣으면 미숙 거름에서 나오는 가스와 염류가 어린뿌리를 태우는 비료 몸살이 옵니다. 석회까지 쓰는 밭이라면 순서가 하나 더 붙습니다. 석회는 심기 23주 전에 먼저 뿌려 갈아엎고, 퇴비·비료는 그 일주일 뒤에 넣어야 서로 반응해 효과가 깎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웃거름의 시기는 심고 나서 보름 뒤부터가 기준입니다. 배추는 정식 15일 후 1차, 이후 보름 간격으로 두세 차례, 무는 솎기를 마친 뒤와 뿌리 비대기에 줍니다. 잎 색이 옅어지고 자람이 주춤해지는 것이 웃거름 신호입니다. 반대로 수확 직전의 웃거름은 맛만 떨어뜨리니 마지막 웃거름은 수확 한 달 전에 끊는 것이 요령입니다.

【라운드 3 — 종류: 퇴비·유기질이냐, 복합비료냐】

밑거름의 주인공은 완숙 퇴비입니다. 한 평에 잘 썩은 퇴비 10~20kg을 기본으로 깔고, 필요에 따라 유기질 비료나 복합비료를 소량 보탭니다. 천천히 오래 녹는 것이 밑거름의 미덕이라 퇴비가 제격인 것입니다. 봉투를 고를 때는 '완숙' 표시를 확인하고,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은 덜 썩은 것이니 피하세요. 웃거름의 주인공은 반대로 빨리 녹는 쪽입니다. 알갱이 복합비료나 요소비료를 조금씩 주거나, 화분·베란다 텃밭이라면 물에 타는 액체비료가 편합니다. 자라는 중간에 퇴비를 얹는 것은 효과가 너무 느려 웃거름 대타로는 아쉽습니다.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는 요령은 앞서 올린 퇴비 만들기 문답 글에, 액체비료와 앰플의 구분은 식물영양제 글에 정리돼 있으니 이어 보시면 좋습니다.

【라운드 4 — 주는 위치: 밭 전체에 섞느냐, 뿌리 끝 옆이냐】

밑거름은 밭 전체에 골고루 뿌린 뒤 삽이나 쇠스랑으로 20cm 깊이까지 뒤집어 흙과 완전히 섞습니다. 이랑을 만들기 전에 섞어야 두둑 속까지 창고가 채워집니다. 웃거름은 정반대로, 포기 밑동이 아니라 잎 끝이 드리우는 언저리 흙에 줍니다. 뿌리는 잎이 퍼진 만큼 옆으로 뻗어 있어서 그 끝자락이 양분을 빨아들이는 입이기 때문입니다. 밑동에 바싹 주면 줄기만 상하고 흡수는 안 되는 헛수고가 됩니다. 포기 사이나 이랑 어깨에 얕은 골을 긋고 한 줌 뿌린 뒤 흙을 덮어주면 냄새와 빗물 유실도 막을 수 있습니다. 잎에 닿은 비료 알갱이는 잎을 태우니 털어내는 것도 잊지 마세요. 비닐 멀칭을 한 밭이라면 포기 구멍 옆 비닐을 조금 들추고 주거나 구멍 안쪽 가장자리에 주면 됩니다.

【라운드 5 — 과용 부작용: 몸살이냐, 웃자람이냐】

밑거름 과용의 대표 증상은 초반 비료 몸살입니다. 심자마자 모종이 시들거나 씨앗 발아가 고르지 않다면 거름 과다나 미숙 퇴비를 의심해야 합니다. 염류가 쌓인 밭은 다음 농사까지 어려워집니다. 웃거름 과용은 웃자람으로 나타납니다. 질소가 넘치면 잎만 검푸르게 무성해지고 배추는 속이 안 차며, 무는 바람이 들고, 병해충은 연해진 잎에 더 꼬입니다. 공통 교훈은 하나, 거름은 부족한 듯이가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모자라면 보태면 되지만 넘친 것은 빼낼 방법이 없습니다. 봉투에 적힌 권장량의 3분의 2쯤에서 시작하는 것이 초보에게 안전한 출발선입니다.

【라운드 6 — 작물별 정답표: 배추·무·마늘은 이렇게】

배추 — 밑거름은 정식 12주 전 평당 퇴비 1520kg에 복합비료 소량. 웃거름은 정식 15일 후 1차를 포기 사이에, 이후 보름 간격 23차는 이랑 어깨에 줍니다. 결구 시작 전후가 가장 배고픈 때입니다. 무 — 밑거름은 배추보다 퇴비를 줄이고 반드시 완숙만 씁니다. 덜 썩은 거름과 생거름은 뿌리가 갈라지는 가랑이 무의 주범입니다. 웃거름은 솎기 후 1차, 뿌리 굵어지는 파종 40일 전후 2차면 충분합니다. 마늘·양파 — 밑거름은 10월 심기 전 퇴비를 넉넉히 넣어 월동 체력을 만들어줍니다. 웃거름은 심은 해에는 주지 않고, 겨울을 난 이듬해 2월 말3월에 1차, 4월 초 2차로 끝냅니다. 4월 중순 이후의 늦은 웃거름은 구가 물러져 저장성을 해칩니다. 시금치·열무 같은 단기 잎채소는 밑거름만으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고, 자람이 더딜 때만 액체비료를 묽게 한 번 보태면 됩니다.

【라운드 7 — 화분·베란다 텃밭이라면 규칙이 조금 다릅니다】

밭 기준으로 설명했지만 화분 재배는 양쪽 모두 축소가 원칙입니다. 화분은 흙 양이 적어 거름 농도가 빨리 진해지기 때문이에요. 밑거름은 새 배양토에 완숙 퇴비를 10~20%만 섞는 정도면 충분하고(상토 글에서 다룬 배합 그대로), 웃거름은 밭의 절반 분량을 절반 주기로 — 즉 "조금씩 자주"가 화분의 공식이라고 합니다. 알갱이 완효성 비료를 화분 가장자리에 몇 알 올려두는 방식이 실패가 적다는 평이 많고, 액체비료를 물에 희석해 2주에 한 번 주는 방법도 화분에서는 웃거름을 대신합니다. 주의할 것 하나 — 화분에서는 석회를 함부로 넣지 않습니다. 배수가 제한된 화분 흙에서는 산도 교정이 과하게 걸릴 수 있어, 시판 배양토라면 이미 조정돼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덤 — 거름 보관과 냄새, 이웃 배려까지】

가을 텃밭 준비로 퇴비 포대를 사두면 보관 문제가 따라옵니다. 개봉한 퇴비는 입구를 말아 접어 벽돌로 눌러두고, 비 맞지 않는 그늘에 두는 게 기본입니다. 젖으면 냄새가 심해지고 벌레가 꼬여요.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완숙 퇴비라도 소량만 들이고, 냄새가 적은 펠릿형 유기질 비료를 고르는 게 이웃을 위한 배려입니다. 텃밭에서는 웃거름 준 뒤 흙을 살짝 덮어주는 것만으로 냄새와 파리 꼬임이 크게 줄어든다고 하니 한 삽 덮기를 습관으로 들여보세요. 남은 복합비료는 습기에 굳기 쉬우니 페트병에 소분해 뚜껑을 닫아두면 이듬해까지 씁니다.

【헷갈리는 질문 셋】

"퇴비를 넉넉히 넣었으면 웃거름을 건너뛰어도 되나요?" 잎채소처럼 한두 달짜리 작물은 됩니다. 하지만 석 달을 크는 배추·무는 창고가 아무리 커도 중간 보급이 필요합니다.

"웃거름은 비 오기 전과 후, 언제가 좋나요?" 가랑비 예보 전날이 제일 좋습니다. 빗물이 거름을 녹여 뿌리까지 데려다줍니다. 장대비 전에는 다 쓸려가니 피하고, 가물 때 줬다면 물을 얹어주세요.

"화분 텃밭도 밑거름·웃거름을 나누나요?" 원리는 같습니다. 분갈이 흙에 완효성 알갱이 비료를 섞는 것이 밑거름, 자라는 중에 액체비료를 2주에 한 번 주는 것이 웃거름 역할입니다.

【하나 더 — "작년에 쓰던 비료, 그대로 써도 되나요"】

포대째 남은 복합비료는 굳지만 않았다면 성분이 크게 변하지 않아 이듬해에 써도 무방하다는 게 통설입니다. 덩어리진 것은 부수어 쓰면 되고요. 다만 개봉한 지 오래된 유기질 비료에서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나면 발효가 진행된 것이라 밭 전체 밑거름으로만 돌리고, 자라는 작물 곁에 웃거름으로 주는 건 피하는 게 안전합니다. 액체비료는 침전물이 생겼으면 흔들어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크게 지난 것은 아깝더라도 정리하세요.

【최종 판정과 장보기 체크】

승자는 둘을 제때 나눠 쓰는 밭입니다. 심기 전엔 퇴비 밑거름으로 창고를 채우고, 자람의 고비마다 복합비료 웃거름으로 뒷심을 보탠다 — 이 한 문장이 비료 주는법의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을 것은 셋이면 됩니다. 완숙 퇴비(밑거름용), 필요시 석회(산성 밭 교정용), 알갱이 복합비료 한 봉(웃거름용). 퇴비 봉투의 완숙 표시와 생산일만 꼭 확인하세요.

회원님들은 밑거름과 웃거름을 어떻게 나눠 주고 계신가요. 나만의 거름 배합과 실패담이 있다면 원예·텃밭 게시판에서 나눠주세요 🌱 완숙 퇴비와 복합비료, 액체비료는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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