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내내 마당과 화병을 채워준 수국, 꽃이 지기 전에 말려서 겨울까지 곁에 두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수국 말리기에는 얄궂은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6월의 싱싱한 수국을 꺾어 말리면 십중팔구 쪼그라들고 갈변해 실패하는데, 늦여름의 살짝 바랜 수국을 말리면 신기하게도 모양과 빛깔이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국 드라이의 성패는 방법보다 타이밍이 팔 할이고, 그 타이밍이 바로 지금부터 초가을 사이입니다. 꽃잎이 종이 질감으로 변하는 신호를 읽는 법부터, 수국에 특히 잘 맞는 물꽂이 건조법, 색을 지키는 요령, 말린 수국의 리스·화병 연출, 그리고 내년 꽃을 위한 가지치기 상식까지 정리해봤습니다.

■ 왜 싱싱할 때 말리면 실패하는가

수국 꽃송이는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한 장식꽃 수백 장의 모임입니다. 한창때의 수국은 이 장식꽃에 수분이 가득 차 있어서, 이때 꺾어 말리면 수분이 빠져나가며 조직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색도 갈색으로 변해버립니다. 반면 꽃이 제 할 일을 마쳐가는 늦여름이 되면 수국은 스스로 수분을 조금씩 거두어들이며 자연 건조를 시작합니다. 이때의 꽃은 이미 절반쯤 말라 있는 셈이라, 사람은 나머지 절반만 거들면 모양이 그대로 남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국 말리기는 꽃을 말리는 기술이라기보다, 꽃이 스스로 마르기 시작하는 순간을 알아보는 눈이라고 하는 편이 맞습니다.

■ 타이밍 신호 — 만졌을 때 종이 질감이면 합격

그 순간을 알아보는 방법은 손끝입니다. 한창때의 수국 꽃잎은 만지면 촉촉하고 보들보들하지만, 말리기 적기의 꽃잎은 얇은 한지나 크레이프 종이를 만지는 듯 사각거리는 질감이 됩니다. 색도 신호를 줍니다. 파랑과 분홍이 쨍하던 꽃송이가 초록빛과 자줏빛이 은은하게 도는 빈티지한 색으로 변해가는데, 이렇게 색이 익어가는 꽃일수록 말린 뒤의 빛깔이 오래갑니다. 시기로는 지역과 품종에 따라 8월부터 10월 초 사이이니, 지금부터 마당과 화분의 수국을 이따금 만져보며 종이 질감이 온 송이부터 차례로 거두면 됩니다. 자르는 시각은 이슬이 마른 맑은 날 오전이 좋고, 줄기는 연출을 생각해 30~40cm쯤 넉넉히 잘라 잎을 모두 떼어냅니다. 잎은 수분을 계속 뿜어내 건조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 매달기 vs 물꽂이 — 수국은 물꽂이 건조가 특기입니다

드라이플라워 하면 떠오르는 방법은 거꾸로 매달기입니다. 장미나 안개꽃처럼 꽃이 작고 단단한 소재에는 매달기가 정석이고, 그 요령은 예전에 올린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그런데 수국에는 조금 다른 방법이 더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물꽂이 건조입니다. 화병에 물을 35cm만 얕게 담고 수국 줄기를 꽂아, 그 물이 다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어 서서히 말리는 방법입니다. 얼핏 모순 같지만 원리가 있습니다. 물이 줄어드는 동안 꽃이 아주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장식꽃 수백 장이 쪼그라들지 않고 제 모양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매달기로 말린 수국은 꽃송이가 안으로 오므라들기 쉬운 반면, 물꽂이로 말린 수국은 둥근 볼륨이 그대로 남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이 다 마르는 데는 보통 12주가 걸리고, 물을 보충하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마른 뒤 줄기를 들어봐서 꽃송이가 바스락거리며 가볍게 흔들리면 완성입니다. 물론 공간이 없다면 매달기도 됩니다. 종이 질감이 충분히 온 꽃이라면 한 송이씩 거꾸로 매달아도 무난히 마릅니다.

■ 색을 지키는 법 — 빛과 습기가 도둑입니다

말린 수국의 고운 빛깔을 바래게 하는 범인은 둘, 직사광선과 습기입니다. 건조하는 동안에도 완성된 뒤에도 해가 직접 드는 창가는 피하고, 통풍이 되는 밝은 그늘에 두는 것이 색을 오래 지키는 길입니다. 욕실 근처나 가습기 곁처럼 습한 자리는 곰팡이와 갈변을 부르니 역시 피해야 합니다. 색이 익은 꽃을 골라 말리는 것 자체가 최고의 색 유지 비결이라는 점도 다시 강조해두겠습니다. 싱싱한 꽃을 말려 색이 바랜 것은 되돌릴 방법이 없지만, 잘 익은 꽃을 그늘에서 말린 수국은 초록·자주·연분홍이 어우러진 빈티지 빛깔로 한 해 이상 갑니다. 완성 후 헤어스프레이를 가볍게 뿌려두면 꽃잎 부스러짐이 덜하다는 생활의 지혜도 널리 쓰입니다.

■ 리스와 화병 연출 — 한 송이로도 그림이 됩니다

말린 수국은 덩치가 넉넉해서 연출이 쉽습니다. 가장 간단한 것은 화병 연출입니다. 입구가 좁은 화병에 서너 송이만 꽂아도 풍성하고, 물 없이 두는 것이니 관리랄 것도 없습니다. 키 낮은 항아리에 소복하게 담으면 한식 거실에도 잘 어울립니다. 리스를 만들 때는 수국 송이를 작은 다발로 나누어 리스 틀에 철사로 고정해가며 둘러주면 되는데, 수국만으로 채워도 좋고 가을 꽃시장에서 구한 억새·유칼립투스·열매 소재를 사이사이 섞으면 계절감이 살아납니다. 리스 만들기 기본기는 드라이플라워 활용 글의 미니 리스 방법을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부스러지기 쉬운 소재이니 문에 다는 것보다 벽이나 선반처럼 부딪힘이 적은 자리가 오래갑니다. 남은 자투리 꽃은 유리돔이나 접시에 담아 두어도 예쁩니다.

■ 내년 꽃을 위한 상식 — 자르는 김에 가지치기 이야기

꽃을 거두는 김에 한 가지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흔히 기르는 수국은 올해 자란 가지가 아니라 지난해 가지에 이듬해 꽃눈을 만드는 성질이 있어서, 가을 늦게 가지를 깊게 쳐버리면 내년 꽃눈까지 함께 잘려 이듬해 꽃을 못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국 가지치기는 꽃이 진 직후부터 여름 안에 마치는 것이 정석이고, 꽃을 거둘 때도 꽃송이 아래 한두 마디 정도만 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말리기용으로 줄기를 길게 자르고 싶다면 포기 전체가 아니라 일부 가지에서만 거두고, 가을 이후에는 마른 꽃과 죽은 가지 정리 정도로 그치는 것이 내년 꽃 농사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 성질만 알아두어도 "작년엔 잘 피었는데 올해는 꽃이 안 달린다"는 수국 미스터리의 절반은 풀립니다.

■ 품종에 따라 다른 이야기 — 목수국은 더 너그럽습니다

마당에 어떤 수국이 있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조금 다릅니다. 흔히 기르는 둥근 꽃송이의 수국은 오늘 말씀드린 타이밍 원칙을 지켜야 성공률이 높은 대표 선수입니다. 원뿔 모양 꽃이 피는 목수국 종류는 말리기가 한결 너그러운 편이라, 꽃이 흰색에서 분홍빛으로 물들어갈 무렵 잘라 물꽂이나 매달기를 하면 실패가 드뭅니다. 애나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미국수국은 꽃이 연둣빛으로 돌아올 때가 적기로 꼽히고, 말리면 라임빛이 은은하게 남아 리스 재료로 인기가 높습니다. 산수국처럼 가장자리에만 장식꽃이 달리는 종류는 송이가 성글어 드라이 볼륨은 덜하지만, 낱낱이 말려 액자 장식에 쓰면 오히려 운치가 있습니다. 어느 품종이든 원칙은 같습니다. 꽃이 스스로 마르기 시작할 때, 그늘에서, 서두르지 않고 말리는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파란 수국을 말렸는데 색이 칙칙해졌습니다." 아직 수분이 많은 시기에 말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종이 질감이 오고 색이 초록·자주로 익기 시작한 꽃을 골라 다시 시도해보세요.

"실리카겔에 묻어 말리는 건 어떤가요?" 색 보존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만 수국 송이가 커서 넉넉한 통과 많은 양의 실리카겔이 필요하니, 소중한 몇 송이만 골라 쓰는 방법으로 알맞습니다.

"마른 수국에 먼지가 앉으면 어떻게 하나요?" 드라이기의 찬바람을 약하게 멀리서 쐬어 털어내면 됩니다. 물수건은 금물입니다.

"말린 수국은 얼마나 가나요?" 그늘지고 건조한 자리라면 한 해 이상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이 바래면 그 나름의 앤티크한 멋으로 즐기다가, 이듬해 새 꽃으로 갈아주면 됩니다.

"화분 수국도 같은 방법인가요?" 같습니다. 다만 화분 수국은 포기 힘이 노지보다 약하니 꽃을 너무 많이 거두지 말고, 거둔 뒤 가을 물관리와 월동 준비를 챙겨주세요.

"꽃집에서 산 절화 수국도 말릴 수 있나요?" 됩니다. 화병에서 일주일쯤 즐긴 뒤 꽃잎이 종이 질감으로 변해갈 때 물을 얕게 갈아 물꽂이 건조로 넘어가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한창 싱싱한 절화를 바로 말리면 마당 수국과 똑같이 실패하니 역시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말리다가 꽃송이가 축 처졌습니다." 아직 수분이 많은 꽃이었다는 신호입니다. 처진 꽃은 줄기 끝을 새로 잘라 물에 깊이 꽂아 하룻밤 되살린 뒤, 며칠 더 화병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말리면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린 수국을 선물해도 좋을까요?" 좋은 선물이 됩니다. 유산지나 신문지로 꽃송이를 감싸 상자에 담으면 부스러짐 없이 전할 수 있고, 물 관리가 필요 없어 꽃 선물이 부담스러운 분께도 반갑습니다. 작은 화병에 한 송이를 꽂아 통째로 건네는 방법도 인기입니다.

"수국 색이 파랑도 되고 분홍도 된다던데 말린 색과도 관계가 있나요?" 수국 꽃색은 흙의 산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성 흙에서는 파랑, 알칼리성 흙에서는 분홍 쪽이 강해진다는 이야기인데, 말린 뒤의 색은 결국 말리는 시점의 꽃색이 얼마나 잘 익었느냐가 좌우하니 흙보다 타이밍을 챙기시면 됩니다.

■ 정리하면

① 수국 말리기는 타이밍이 팔 할, 꽃잎이 종이 질감으로 사각거릴 때가 적기 ② 방법은 물 35cm 얕게 담는 물꽂이 건조가 수국의 특기, 12주면 완성 ③ 색의 적은 직사광선과 습기, 그늘 건조·그늘 보관 ④ 연출은 화병 서너 송이면 충분, 리스는 가을 소재와 함께 ⑤ 수국은 지난해 가지에 꽃눈이 생기니 가을 깊은 가지치기는 금물.

올해 말린 수국 화병과 리스 사진을 꽃, 식물 공간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 드라이플라워 만들기·활용 글과 이어 보시면 겨울 장식까지 계획이 섭니다. 화병과 리스 틀, 실리카겔은 여가상회에서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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